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들?!

매주 금요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나가 맨 먼저 하는 일은 방금 도착한 코리아타운이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나왔는지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그 다음에는 다른 신문, 잡지들에는 무슨 기사가 실렸고 어떤 광고들이 게재됐는지 확인하는 걸로 저의 한 주는 비로소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에는 이보다 다른 작업을 먼저 했습니다. 아직 완연하지는 않지만 햇살이 제법 따가워지기 시작하는 날씨… 더 뜨거워지기 전에 아내와 둘이 사다리를 놓고 우리 집 뒷마당 키다리 비파나무에서 비파열매 따는 작업을 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벌써 노랗게 잘 익었고 또 다른 녀석들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도 싶었지만 모두 따내기로 했습니다. 비파 좋은 건 어떻게 아는지… 해마다 포썸이란 놈들이 그 많은 비파열매들을 모조리 헤집어놓곤 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야 녀석들에게도 나눠줄(?) 용의가 있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는 수준이라서 올해부터는 사전방지를 하기로 한 겁니다. 게다가 밤만 되면 떼거지로 나타나 비파 도둑질을 하는데 지들끼리도 막 싸우며 소음을 내 옆집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으니 그냥 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녀석들에게 도둑 맞기 전에 따낸 비파열매는 500개쯤은 되는 듯싶었습니다. 아내가 씨를 빼고 잘 다듬어 비파청도 만들고 여린 비파 잎은 잘 말려 비파 차도 만들게 됩니다. 비파열매들을 모두 따내고 너무 높게 자란 가지들까지 적절히 쳐내니 아주 깔끔해졌습니다. 포썸 녀석들이 왔다가 허탕을 치고 툴툴대며 돌아가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바로 전 주에 잔디를 깎았음에도 이름 모를, 이상한 풀들이 잔디밭 여기저기에 흉측스럽게 솟아올라 있었습니다. 이놈들은 번식력이 워낙 좋아 순식간에 퍼져나가는데다가 뿌리 채 캐내려 해도 파뿌리처럼 생긴 것들이 주렁주렁 얽혀 있고 어지간한 제초제에는 끄떡도 안 합니다. 나오지 못하게 두꺼운 비닐로 덮어놔도 가장자리를 비집고 나와 기필코 건재를 과시합니다.

저는 이 짜증나는, 이름 모를 잡초를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그 사람의 이름을 따 ‘아무개풀’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원용 가위로 잘라내다가 나중에는 아예 잔디 깎는 기계를 돌려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얼마 안가 또 비집고 나오겠지만 그때그때 없애버리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오징어라는 놈들은 워낙 까탈스러워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은 파도도 높고 바람도 세고 날씨도 안 좋아 3주 넘게 오징어낚시를 못 갔습니다. 지난 일요일,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서서 아내와 함께 채비를 갖췄습니다.

사람들 생각은 모두 비슷해서 여기저기 오징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일몰시간도 됐고 물때도 좋아 드디어 황금시간이 오는 듯싶었습니다. 낚싯대를 드리운 지 한 시간쯤 된 오후 여섯 시 반… 묵직한 입질이 왔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확실한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끌려오는 도중에 바늘을 놔버렸습니다.

이후에도 열 번쯤 계속되던 입질… 치열한 싸움 끝에 결국 눈앞까지 끌어당긴 녀석은… 갑오징어도, 한치도, 문어도 아닌, 얼룩무늬가 선명한 엄청 크고 뚱뚱한 상어였습니다. 이후에도 몇 번 더 캐스팅을 했지만 번번이 달려드는 건 상어뿐이었습니다.

그것도 녀석 혼자뿐인지 아기상어, 엄마상어, 아빠상어, 할머니상어, 할아버지상어… 상어가족이 모두 모여 ‘뚜루루뚜루…’ 합창을 하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세 시간도 안돼 낚싯대를 접었습니다. 상어가 나타나면 다른 물고기들은 남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용케 얻어걸린 제 주먹의 1.5배쯤 되는 성게 한 마리가 의외의 수확이긴 했지만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포썸, 아무개풀, 상어… 얘들아, 좀 적당히 하자. 내가 워낙 찌질해서 어지간하면 봐주겠는데 니네들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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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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