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 25시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를 ‘또 한번’ 봤습니다. 남미의 이과수 폭포,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일컬어지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확실히 아메리칸 폭포보다는 호스슈 폭포가 훨씬 더 멋지고 웅장합니다.

다음 번에는 아메리칸 폭포와 호스슈 폭포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소형(?)폭포 브라이달 베일 폭포도 잘 챙겨 봐야겠습니다. 고트 아일랜드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미국과 캐나다를 갈라놓은(?) 레인보우 브리지도 걸어서 건너봐야겠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또 다른 명물 ‘바람의 동굴’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몇 년 전, 나이아가라 폭포를 중심으로 미국 동부 및 캐나다 동부를 여행하는 패키지투어를 계획했다가 갑자기 터진 뉴욕테러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함께 가기로 했던 선배지인 부부는 그런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을 감행했는데 겁 많은 쫄보(?)부부는 그날 이후 두고두고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종편채널 jtbc에서 매주 수요일 밤 열 시에 방송하는 ‘톡파원 25시’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전 세계 공통된 관심사들을 해외에 거주 중인 교민, 유학생 등이 직접 취재한 후 화상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스튜디오 토크 프로그램’으로 정의된 ‘톡파원 25시’ 덕분에 아내와 저는 매주 해외여행의 재미에 푹 빠져 지냅니다.

한국인 MC 네 명과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외국인 패널 다섯 명이 스튜디오에서 진행을 맡고 랜선으로 연결된 각국의 ‘톡파원’들이 상세한 정보와 함께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의 실감나는 여행을 이끌어갑니다. 호주에도 톡파원이 한 명 있는데 퀸즈랜드 거주자라서 주로 그쪽 여행지들이 소개됩니다.

그렇게 물거품이 된 후 아직 가보지 못한 우리의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은 맨하튼음대에 재학중인 한예린 미국 ‘톡파원’이 직접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 마치 우리가 그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생생한 체험을 선물해줬습니다. 1초마다 258만 리터를 쏟아내는 호스슈 폭포가 한 시간 동안 뿜어내는 물의 양이 서울시민들이 3일 동안 사용하고도 남을 정도라는 사실도, 이 지역 원주민들이 ‘천둥소리를 내는 물기둥’이라는 의미로 ‘나이아가라’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도 그날 처음 배웠습니다.

3년 전 동유럽 여행 때 먼발치에서 스치듯 접했던 눈 덮인 알프스도 제대로 봤으면 좋겠고,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도, 이태리 로마의 콜로세움도, 유럽과 아시아가 공존하는 터키도… 가보고 싶은 곳들은 넘쳐나는데 돈도 시간도 충분치 않으니 이렇게 랜선으로 세계 곳곳을 구경시켜주는 ‘톡파원 25시’는 정말 고맙고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호주에도 아직 못 가본 곳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기회와 능력만 되면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돌아다니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다른 나라 여행도 최대한 많이 많이 다니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직접 가볼 수 없는 나라들은 ‘톡파원 25시’를 통한 간접여행으로 대체할 생각입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들고 바빠죽겠는데 팔자 좋게 웬 여행타령?”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꼭 다른 나라, 먼 곳, 장기여행이 아니더라도, 단 하룻밤을 자고 오더라도 아니, 정 안되면 당일치기로 다녀오더라도 여행이 주는 행복과 힐링은 말로는 다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하루 미루다 보면 ‘가슴보다는 다리가 떨리는 시간’이 오게 되고 좋은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 만들기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제가 애써 ‘여행 전도사(?)’가 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연말연시 휴가기간 동안의 ‘빅토리아 하이컨트리 13박 14일’이나 이스터 연휴 동안의 ‘프레이저 아일랜드 가는 길… 9박 10일’ 여행기를 공유하는 이유도 이와 다름 아닙니다. 여행, 기회가 되면 아니, 감당할 수 있는 무리가 가능하다면 되도록 많이, 자주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여행은 ‘다음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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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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