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000호 그리고 좋은 사람들

대개 2년으로 봤습니다. 새로운 매체가 생기고 나면 그게 살아남을지 아니면 망해서 문을 닫을지 결정되는(?) 시점을 그렇게 잡았던 겁니다. 뭐, 특별히 어떤 원칙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업계의 통상적인 기준(?)이 그랬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신문, 잡지, 방송 등을 새로 만들려면 문공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승인을 얻어낸다 하더라도 그 매체가 튼튼히 뿌리를 내려 건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방송은 물론, 인쇄매체의 경우에도 서점 판매는 물론, 정기독자 확보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의 광고수주 등 넘어야 할 산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매체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적게는 몇 십 명에서 많게는 100 명 혹은 2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했고 그렇게 지출되는 인건비와 막대한 인쇄비를 감당해내기란 어지간한 재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야심만만하게 등장했던 수많은 매체들이 ‘마(魔)의 선’인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쓰러지곤 했던 겁니다.

게다가 군사정부에 의한 간섭 또한 극심해 이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혈기왕성하던 시절, 저도 여원 가족이 되기 직전 새로운 여성지 창간작업에 뛰어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여성지는 창간호부터 이른바 굵직굵직한 특종들을 터뜨리며 쾌속항진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여자관계가 복잡했던 거물급 정치인을 잘못 건드렸다가(?) 안기부와 국세청의 합동철퇴(?)를 맞고 창간 몇 달 만에 강제폐간을 당하면서 발행인은 물론, 취재를 진행하던 편집국장 이하 취재진들까지 모두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반독재투쟁의 기수, 야당의 거물이었던 그가 취재 도중 갑자기 야합을 통해 여당 인사로 변신(?)하는 바람에 터진 일이었습니다.

‘여성지 사관학교’로도 일컬어지던 <여원>은 매년 공채를 통해 수습기자들을 뽑았습니다. 채용과정도 엄격하고 까다로웠지만 지옥훈련(?)을 통해 키워진 여원 기자들은 중견급만 돼도 어지간한 매체의 데스크 일은 너끈히 해낼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었습니다.

실제로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100% 완벽을 추구하는 회사는 수습딱지도 떼지 않은 햇병아리 기자에게 버거운 기획특집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취재를 지시했고 기자들은 그 같은 일을 놀라울 정도로 척척 해내곤 했습니다.

제가 시드니에서 가졌던 꿈도 ‘풀타임 기자 10명이 그들처럼 취재현장을 종횡무진 뛰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2001년 저를 호주로 초청했던 교민매체가 저에게 준 공식직함은 ‘편집인/사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야 할 일은 ‘편집에서 광고까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따로 구독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광고수입만으로 생존해야 하는 교민매체의 현실에서 해야 할 일들은 너무너무 많았습니다.

이후 얼떨결에(?) 인수한 코리아타운은 노력과 운이 함께 해 자타공인 ‘가장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찾는 매체’로 자리해오고 있습니다. 지금 들고 계신 코리아타운이 1000번 째 코리아타운입니다. 이제 8월 6일이면 코리아타운이 창간 20주년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매주 10개의 매체가 발행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당당하게 ‘언론’임을 자처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서 참 많이 부끄럽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코리아타운을 찾아주시는 이유는 대략 이런 것 같습니다. ‘코리아타운이 읽을거리가 가장 많다. 코리아타운이 광고를 가장 잘 만든다. 코리아타운에 광고를 내면 가장 효과가 좋다.’

여기에 저는 ‘코리아타운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를 하나 더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업무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전문성과 실력을 지니고 있을뿐더러 인성 또한 매우 착하고 바른 사람들입니다. 오늘, 1000번째 코리아타운을 맞아, 애독자 여러분과 광고주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와 더불어 더 좋은 코리아타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좋은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을 듬뿍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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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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