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두운 것은 더욱 반짝이기 위해서다. 자신을 믿고 뚜벅뚜벅 밀고 나아가라

누구나 일생을 통틀어 삶을 바꿔놓은 전환점이 있다. 그 전환점의 모습은 다양하다. 어떤 사물이나 공간일 수 있고, 어떤 이와의 만남일 수도 있고, 뒤통수를 탁 치는 ‘찰나의 순간’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전환점의 순간이 매우 빠르게 스쳐 지난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는다. 마치 버스가 지나간 뒤 손을 흔드는 것처럼.

 

01_병든 포도, 최고의 와인

운명을 바꾸려면 누구보다 간절히 꿈꿔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 꿈과 희망을 전하다 몇 달 전 선종한 차동엽 신부는 사람을 살리는 게 자기소명이라고 믿었다. 그는 <무지개 원리>라는 베스트셀러 책을 썼지만, 어린 시절 그는 무지개와 거리가 멀었다.

가족 생계를 위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성장기 소년은 무거운 연탄을 짊어졌다. 당장이라도 팽개치고 싶은 시커먼 십자가를 지고 산동네를 오르내리며 절대자에게 앞날을 갈구했다.

그렇게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의 삶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고 “병든 포도도 최고의 와인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힘든 산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필자는 긍정심리학을 공부할 때 그의 저작들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한민국 1세대 만화가로 <식객> 등을 그린 허영만은 가정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친구들이 입시공부 할 때 그는 죽기살기로 만화를 그렸다.

아무리 봐도 자신에게 남은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캠퍼스 낭만으로 시간을 보낼 때 그는 8~12년간 하루 10시간 이상을 만화에 정성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만화 장인의 손에는 여전히 펜이 들렸다. 그가 만화를 그리는 펜 끝의 스케치는 현미경보다 세밀한 관찰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식객의 음식마다 구수하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은 그의 내공은 이미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만하다.

남이 가라고 해서 가는 길에선 조그만 어려움이 닥쳐도 좌절하기 쉽다. 그러나 스스로 방향을 찾은 이에게 험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은 마흔이 넘도록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했다. 생활은 어렵지만 ‘그래도 세상에 왔으니 뭔가 하나 이뤄야겠다’는 마음으로 3년 계획을 세워 태평소를 불었다.

각종 행사 뒤풀이 무대의 주인공이던 그는 박자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노래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우연히 가수로 데뷔해 앨범 7장을 내면서 서민의 애환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가수가 됐다. 밤이슬을 맞으며 간절히 불어대던 태평소가 숨은 길을 찾아준 셈이다.

 

02_넘어진 자리, 전환의 자리

지금 걸려 넘어진 그 자리가 우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환점이란 단지 살짝 변화만 주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지금까지 달려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야 할 지점이다. 그 속에는 우리의 숨은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들어 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함정을 만날 수 있고, 삶의 굽이마다 굴곡은 있게 마련이며, 예기치 않은 때에 넘어질 수도 있다. 그 함정, 굴곡, 넘어짐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길은 달라진다.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을 세계 최초로 겨울 시즌에 등반한 사나이 박정헌. 그는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입은 동상으로 손가락 8개를 잘라냈다. ‘절망의 감옥’에 갇혔지만 그를 구원한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카누와 자전거로 히말라야 2400km를 횡단하며 그 끝에서 오는 무한한 행복을 새로운 방식으로 맛보고 있다.

살아온 모습과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없이 막막한 순간에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그들은 이렇게 고백하는 듯하다. “지금 어두운 것은 더욱 반짝이기 위해서다. 힘들어도 자신을 믿고 뚜벅뚜벅 밀고 나아가라.”

그렇다. 코로나19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희귀한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BC (Before Covid)와 AC (After COVID)는 분명 사회의 거의 모든 시스템을 바꿔놓을 것이다.

새로운 거대한 물결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형국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때에 우리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의 말을 곰삭여 볼 필요가 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기에 세상은 구석구석에 전환점이라는 선물을 숨겨놨지. 그러니 자네 앞에 주어진 전환점이라는 선물을 절대 놓치지 말게나. 그걸 기회로 만들면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네.”

 

Image result for 송기태 알파크루시스글 / 송기태 (상담학박사·알파크루시스대학교 글로벌온라인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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