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선물로 가득 찬 상자… 잘못 열면 판도라 상자, 조심해서 잘 열면 ‘행복의 선물’

부모가, 자녀가, 친구가, 이웃이,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가, 때로는 나의 적이 나의 ‘확신 (혹은 신념)’에 도전할 때 ​딱 하나만 스스로에게 묻자.  “혹시 내가 착각하는 거 아니야?” 맞다. 착각하는 거다. 한 마디로, 다 ‘내 식으로’ 옳다고 여길 뿐만 아니라 확신한다. 누구나 착각은 자유고, 확신을 갖는 것 또한 자유다.

 

01_언제나 제 정신으로

하지만 그 확신이 곧 옮음은 아니다. 이 둘을 같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둘을 같다고 우기면 더 곤란하다. 그건 착각 속에서 살고 착각 위에서 다투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내가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착각을 인정할 때 ‘제정신’이 든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끔은 제정신’이다. 대개는 ‘딴 정신’이다. 그래서 ‘가끔은 제정신’을 ‘가끔은 딴 정신’으로 고쳐야 하리라. 나아가 ‘언제나 제정신’으로 깨어나야 하리라.

 

02_누구도 피하기 어려운 착각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착각을 하면서 살까? 심리학적 개념들을 이용해서 열 가지만 꼽아보자.

 

  1. 사후예견 편향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애초부터 그럴 줄 알았다고 큰소리친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글쎄, 정말 그럴 줄 알았을까?  “알긴 뭘 알아. 그리 잘 알면 왜 가만히 있었어?”

 

  1. 비현실적 낙관성

자기에게 좋은 일이 실제 일어날 확률보다 더 자주 일어나고 나쁜 일은 덜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다 잘 될 거야.” 또는 “아니야, 절대 그럴리 없어.” 글쎄, 때로는 이 말이 더 맞으리라. “꿈 깨!”

 

  1. 평균 이상 착각

긍정적인 점에서는 자기가 무조건 평균 이상은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도 중간은 되지” 또는 “남들만큼은 하지.” 자뻑! 다들 평균 이상이면 평균 아래는 누가 채우나?

 

  1. 과대영향 편향

지금 눈앞에 닥친 일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 지각한다. “못 살겠어.” 또는 “죽고 싶어.” 아니면 “미칠 것 같아.”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1. 행위자-관찰자 효과

자기 행동에 관대하고 남의 행동에 엄격하다. 요즘 한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착각이다. “내가 그런 것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것은 당신이 원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 잣대 자기에겐 필요 없다는 오만과 편견의 극치!

 

  1. 내 집단 편애

자기가 속한 집단을 실제보다 좋게 평가하고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주려 한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 언제나 ‘우리 편이 최고’이고 ‘우리 선수 파이팅’이지. 역시 객관성 결여에는 ‘역대급’이란 훈장도 부족하다.

 

  1. 선택적 사고

자기가 원하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쉽고 편하게 잘 받아들인다. 이런 ‘정보편식’은 매스컴 이론인 ‘선택적 수용이론’과 맞닿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기사만 보고 기존의 자기 신념을 강화시키면서도 자신이 선택적으로 그 정보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들으면서 객관적인 줄 안다.

이런 사람에게 가장 적절한 교훈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최악의 위험인물이다!”

 

  1. 인지 부조화

자기 생각이나 행동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도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합리화하고 정당화한다. 술 마시는 이유, 뒷담화 하는 이유, 미적거리는 이유, 세상 탓하는 이유 같은 게 100가지는 넘는다. 역시 남에게는 칼이고 자기에겐 솜사탕이다. 항상 핑계할 준비, 원망할 준비가 장전돼 있다.

 

  1. 본질주의적 오류

많은 사람이 그런 것과 모든 사람이 그래야 하는 것을 혼동한다.  “다들 그러니까 너도 그래야 해!” 세상에! 다들 그렇다고 나도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헌법부터 각종 내규를 다 뒤져보시라. “다른 애들은 안 그러는데 왜 너만 그러니?”  다른 애들은 안 그렇다고 나도 안 그래야 한다는 법 또한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착각은 이제 그만!

  1. 탈 개인화

완장만 차면 간부처럼 되고 제복만 입으면 신병처럼 된다. 링거만 꼽으면 환자처럼 되고 가운만 입으면 의사처럼 된다. 자리와 역할이 ‘나’인 줄 안다. 그래서 자리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진다.

명심하시라. 호텔 수위는 고급 승용차를 보고 인사하지 승용차의 주인 보고 인사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이 말을 확인하고 싶으면 한번 실험해보라. 오늘은 재규어로, 내일은 가장 소형차로 (굳이 차종은 밝히지 않겠다. 독자 중에 그런 차를 소유하신 분을 위해.)

 

03_“나는 착각하는 존재다”

이 열 가지는 누구도 피하기 어려운 정말 보편화된 착각이다. 착각의 시스템이 무의식의 심연에서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어쩌랴. 인간의 성품인데! 그러기에 ‘내가 착각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자. 흔쾌히 인정하자. 나는 착각하는 존재다. 잘 때 빼고는 항상 착각을 한다는 사실을! 내 확신 속에는 언제나 일정량의 착각이 있다. 그것은 내 신념 속의 무지와 비례하고 내 확신 속의 지성과 반비례한다.

나도 착각하고 산다는 사실만 인정한다면 나와 다른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착각의 선물로 가득 찬 상자는 잘못 열면 판도라 상자가 되겠지만 조심해서 잘 열 수만 있다면 자신과 세상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게 하는 ‘행복의 선물’이 되리라.

 

글 / 송기태 (상담학박사·알파크루스대학교 원격교육학부장)

Previous article어머님 생각
Next article고(故) 김복동 할머니 분향소 운영 및 추모제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