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던 날

내 육신 같던 집

떠나는 것

 

후줄구레한 옷 눈꼽 붙이고

이 방 저 방 돌아다니지

못 하는 것

 

감이 아니라 “예술이라” 했던

노을처럼 익어가던

감의 가을

 

접시꽃, 베고니아, 채송화

목마가렛…

나를 엄마라고 생각할 텐데

 

몇 십 년의 사랑과, 힘듦, 추억,

무너지는 산처럼

천 년의 빙하가

녹아 든듯하다

 

지붕 위 하늘 떼어다가

가방 안에 넣는다

몇 십 년 뿌려놨던 발자욱 캐고

한숨 소리, 웃음소리 한 가득

멍이와 루크의

짖음도 담고

 

마지막 떠나는 트럭 안에서

안녕이란 말

천 번 해도 적다 축축히 새겨지는 어제 같은 이야기

 

 

글 / 쟈스민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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