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디냐!”

때아닌(?) 트로트 열풍이 거셉니다. 어느 방송을 보든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이 다 들어있고 K-Trot이라는 명칭도 자연스레 생겨났습니다. 그 덕에 트로트 가수들도 여기저기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몇 달 전만 해도 생소하기 짝이 없었던 무명가수들이 있습니다.

한 종편채널이 지난해 ‘미스트롯’이라는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송가인이라는 걸물을 배출해내더니 올 연초 후속프로그램 격인 ‘미스터트롯’을 만들어 실력 있는 트로트 가수들, 그것도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중고(?)신인들을 대량으로 발굴해낸 겁니다.

그 동안 걸 그룹, 보이 그룹들의 위세에 눌려 빛을 못 보던 트로트가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도약대가 돼준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 그들은 그야말로 여기저기에서 무더기로(?) 혹은 두세 명씩 때로는 단독으로 채널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TV광고 시장에서도 종횡무진하며 몸값을 한껏 부풀리고 있습니다.

유사한 경연프로그램들이 더러 있었지만 미스터트롯 제작진의 아프터 마케팅 능력이 빛을 발하는 대목입니다. 미스터트롯 진 선 미는 당연하고 결승에 올랐던 이른바 Top 7은 물론, 높은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탄탄한 실력을 지닌 출연자들까지도 지상파와 종편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입니다.

어떤 노래가 됐든 힘 하나 들이지 않고 편안한 목소리로 완벽히 소화해내는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 성악을 공부했던 터에 ‘트바로티’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폭풍성량의 미스터트롯 4위 김호중, 항상 웃는 얼굴에 유쾌한 말과 행동으로 즐거움을 더해주는 씽어쏭라이터 미스터트롯 선 영탁….

‘정말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20년 가까이를 무명가수로 지내오면서 일용직노동자, 식당 서빙, 배달알바…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고생을 해야 했던 그들의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꿈 같을 것입니다.

‘이게 어디냐!’ 지난 일요일 밤 SBS TV ‘미운 우리새끼’에서 영탁이 했던 이 한 마디가 저에게는 큰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지하 방에서 5년 넘게 혼자 살고 있는 그는 두 개의 방 중 하나는 옷방, 또 하나는 작업실로 쓰고 있습니다. 침실은 거실 한 켠에 침대를 놓고 커튼으로 가려놓은 게 전부입니다. 본인이 직접 페인트도 칠하고 환풍기도 달았는데 햇빛이 안 들기는 하지만 눅눅하지도 않고 혼자 살기에 딱 좋다고 했습니다.

영탁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동료가수 장민호에게 라면을 대접하며 “형, 나는 이 집이 소음 걱정이 없어 참 좋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주변에서 컴플레인이 없었고…. 그냥 누워있다가, 아니면 술 한잔 마시고 와서 곡이나 가사가 떠오르면 바로 컴퓨터를 켜서 작업을 할 수 있거든. 정말이지 나 혼자 있기에는 엄청 넓고 너무너무 편하고 좋은 집이야”라고 했습니다.

좀더 나은 집으로 옮길 양으로 주택청약저축을 들었다가 얼마 전 아버지 수술비 때문에 깨버렸지만 여전히 행복하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형, 나는 돈 욕심보다는 이렇게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해. ‘이게 어디냐!’라는 생각을 항상 해. 옛날에 너무 많이 얻어먹고 다녔는데 요즘은 내가 뭘 사줄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행복하고 좋아. 돈이야 원래 없던 거고… 사주면서 오는 희열이 엄청 크더라구. 함께 나누는 건 여유가 넘쳐나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거잖아”라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초 긍정적인 마인드에 뛰어난 노래실력, 작곡 작사 능력까지 갖춘 영탁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아침 일곱 시만 되면 시작되는 옆집 공사장 드릴 소리, 톱 소리, 망치 소리, 일하는 사람들의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그렇게 강제기상을 당하면 온종일 찌뿌둥하고 머리까지 띵합니다. 우리집 벽면에 미장 찌꺼기 범벅을 해놨던 그들은 이번에는 앞쪽 펜스 공사를 하면서 또 우리 펜스에 시멘트로 떡칠을 해놨습니다. 참 생각 없는 사람들… 짜증도 나고 화도 많이 나지만 포크레인, 레미콘 차까지 동원해서 시장 통을 방불케 했던 날들에 비하면 ‘이게 어디냐!’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 또한 곧 지나갈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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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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