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극성부부?!

옆집 공사과정에서 떠안았던 이런저런 문제들을 우리 나름대로 정리하고 난 이틀 후, 별채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머리도 식힐 겸 잠시 앞마당에 나갔는데 어디선가 페인트 냄새가 났습니다. ‘뭐지?’ 싶어 두리번거렸더니 극성맞은(?) 아내가 옆 골목에서 몰래(?)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펜스와 우리 집 벽 사이에 나있는 큰 쪽문 두 개에는 흰색 페인트를, 이틀 전 새로 짜 넣은 갭 팀버에는 회색 페인트를 칠하는 중이었습니다. 옆집 미장공사 과정에서 튄 시멘트 조각들이 우리 집 벽과 지붕은 말할 것도 없고 쪽문들에도 많이 붙어 있었지만 저들은 끝내 무시했고 아내는 그걸 또 놔두고 보질 못했던 겁니다.

우리는 둘 다 무슨 일이건 어중간히 또는 대충은 용납하지 못하는 별난(?) 성격이라서 늘 사서 고생을 합니다. 이번 일도 제가 알면 달려들까 봐 제가 회사 일을 하는 동안 본인이 슬그머니 시작했던 겁니다. 그날의 페인트 칠은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됐고 내친 김에 뒷마당 데크와 정원을 경계하는 앉은뱅이(?) 콘크리트 담까지 회색 페인트로 깔끔히 단장됐습니다.

하지만 시멘트 조각들을 뒤집어 쓴 우리 집 가스보일러는 흉측한 모습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벽과는 달리 금속성 재질이어서 페인트 칠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얼마 전, 우리 극성부부는 옆집과 우리 집 사이의 골목에 두꺼운 검정비닐을 까는 작업도 했습니다. 저들이 새 펜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시멘트 덩어리며 돌 조각을 온 사방에 방치해놨는데 그 또한 치워주지 않은 탓에 오롯이 우리의 몫이 됐던 겁니다. 어쨌거나 그들에게 더 이상의 기대나 미련도 갖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해결하고 나니 힘은 들었어도 마음은 한결 편해졌습니다.

우리 집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네 집은 깨끗하고 정리가 잘 돼 집이 참 예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렇게 우리 집이 안이든 밖이든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내와 제가 나름대로의 세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이를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는 뭐가 됐든 한번 사용한 물건은 무조건 제 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언제, 누가 썼든 그 물건이 원래 자리에 돌아가 있으면 따로 정리할 필요도, 복잡해질 이유도 없습니다. 살짝 결벽증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평소 무슨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그것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정리가 필요한 일은 바로바로 아니면 최대한 빨리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하나 둘씩, 하루 이틀씩 미뤄놓다 보면 이리저리 쌓여 지저분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무슨 일이든 서로서로 먼저 해결하려 듭니다. ‘내가 안 하면 다른 누가 하겠지’라는 생각이 복잡하고 지저분한 집을 만들게 됩니다. 한 선배지인은 “테레사, 토니씨네는 서로 할 일이 구분돼 있어 헷갈리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맞는 표현입니다.

아직은 날씨가 들쭉날쭉하지만 분명 봄이 우리 코 앞에 와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우리 집 텃밭이며 화단에 손도 자주 가고 부지런히 물도 줘야 하고 반갑지 않은 잡초도 제거해줘야 해서 하루하루가 바쁩니다.

오늘 오후에는 앞마당과 뒷마당 잔디도 깎고 집안 대청소도 해야 합니다. 내일 오후에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손님들’이 우리 집을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비누방울 놀이도 하고 모래장난도 할 에이든과 에밀리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합니다.

참 중요한 것은, 알게 모르게 어른들의 생활습관이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지 할매 할배가 워낙 깔끔을 떨어서인지 두 녀석도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도 지네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을 집에 가기 전 꼭 제 자리에 갖다 놓는 건 정말 기특하고도 신기한 모습입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Father’s Day, 오늘은 아빠가 주인공!
Next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혼자 맛있게 먹고 마신다! 혼밥•혼술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