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빛 너머 풍경

촘촘한 별들이 헐렁해지는 새벽
유칼립투스 나무 또 한 가닥 흘러내립니다

오랜만에 마주 앉은 두 나무
세월을 기억하는 서로의 눈을 깊이 바라봅니다
천천히 그리움에 물든 부서진 마음을 만져봅니다

발아래 꿈틀대던 어린 싹의 그늘이 되어 줄뿐
빠른 걸음으로 걷지 못했어요
울긋불긋 절정 때를 꽃이라 부를 때도
크게 웃을 수 없었어요

한낮의 침묵
사그라드는 시간을 채웁니다

먹구름이 드리운 날
비에 젖어 눈물이 어리던 날
다시 바람이 불던 날
휘어지는 어깨로
건드리면 넘어 질듯 흔들릴 때
힘차게 뻗어 나가고 싶던
간절했던 꿈

느릿느릿 기어가듯 핀 숲 속의 꽃
해 저문 저녁이 노랗습니다
지나온 생의 무늬
오렌지 빛 하루가 익어갑니다

 

 

글 / 양오승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Previous article아이가 학교서 다쳐서 왔다면? ②
Next article온라인 코리아타운 1204호 (2023년 7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