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생일

“네, 오랫동안 떠나있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서 아주 좋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5년 동안 터전으로 삼았던 웨스트라이드 사무실을 렌트로 내놓고 이스트우드로 옮겨오면서 주변 분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입니다.

“아니, 김 사장. 그 좋은 자기 사무실을 두고 왜 다시 셋방살이를 자처한대?” 웨스트라이드에 비하면 그 크기가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어쩐 일인지 저는 이곳 이스트우드 사무실이 훨씬 더 정감이 가고 편안합니다.

19년 전인 1999년 8월 6일 코리아타운이 처음 둥지를 튼 곳은 당시의 대표적인 한인타운 캠시였습니다. 이후 교민매체들 중 가장 먼저 이스트우드로 진입한 코리아타운은 2012년 10월 1일 자체 사무실을 구입하며 새로운 한인타운으로 떠오르고 있는 웨스트라이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웨스트라이드는 이스트우드의 팽창에 따라 또 하나의 한인타운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입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아니, 종종 웨스트라이드를 찾습니다. 그곳에는 울워스와 콜스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똑같은 제품에 대한 세일가격 비교를 통해 효율적으로 쇼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웨스트라이드에는 제가 즐겨 찾는 집 세 곳이 더 있습니다. 첫 번째 집은 J정육점입니다. 처음 오픈할 때는 ‘조금은 외진(?) 곳에 있는데 잘 될까?’ 하는 우려도 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잘 되는 정육점 중 한 곳으로 굳건히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그 집의 성공비결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질 좋은 고기’입니다. 그리고 그 고기와 멋진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는 ‘파채’를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메리트로 작용합니다. 사장, 실장을 비롯한 그곳 종업원들의 친절함은 덤입니다.

두 번째 집은 M 스시집입니다. 스시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저는 이스트우드 집에서 굳이 웨스트라이드까지 달려가곤 합니다. 그 집 스시 위에 얹혀진 사시미의 신선함과 쫄깃함 그리고 두께와 길이가 마음에 들어서입니다.

세 번째 집은 T 고깃집입니다. 평소 바비큐가 먹고 싶을 때는 우리 집 뒷마당에서 편안하게 고기를 구워먹지만 특별히 숯불 양념돼지갈비가 땡길(?) 때면 이 집을 찾아갑니다. 고기에 양념이 맛있게 잘 배어있고 서비스로 나오는 계란찜이 그 기분 좋음을 더해줍니다.

모두 옛날 코리아타운 사무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라 종종 들르던 곳인데 그곳을 떠나서도 즐겨 찾게 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 세 집의 퀄리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고기의 질이, 스시의 질이, 양념돼지갈비의 질이 달라진다면 단골들의 발길이 끊길 수도 있는 일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초심… 처음에 굳게 다졌던 마음을 변함없이 이어나간다면 계속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리아타운이 애초에 내걸었던 ‘가장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찾는 매체’라는 명제를 꾸준히 지켜올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같은 정신의 맨 앞에는 코리아타운을 만드는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왕 하는 것 제대로 잘 하자. 내가 안 하면 다른 누군가가 하겠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멋지게 해결하자’는 자세가 더 좋은 코리아타운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코리아타운을 만드는 좋은 사람들… 굳이 ‘최고’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더라도 이들의 손에서 매주 ‘가장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찾는 코리아타운’이 만들어집니다. 돌아오는 월요일 (8월 6일)로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맞는 코리아타운은 그래서 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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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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