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2년 전의 일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브뤼셀에 취항하면서 첫 비행기에 주요 매체 데스크들을 초대했습니다. 늘 기자들 해외출장만 주선해 보내주던 저였지만 그때는 저도 그들 일행에 섞이는 영광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8박 9일의 여행… 왕복항공료는 물론, 먹고 자고 하는 모든 것들이 공짜로 제공됐으며 대형 리무진버스는 우리 일행 열댓 명만을 태운 채 이곳 저곳을 누볐습니다. 하지만 지독한 일 벌레(?)였던 저는 그때도 스스로 껀수를(?) 만들어 여행 틈틈이 ‘열일’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여성지 ‘여원’에서 발행하는 미혼지 ‘신부(新婦)’의 데스크를 맡고 있었던 터라 결혼식 혹은 웨딩촬영 장면만 보이면 무조건 들이대곤 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신혼 커플이 여덟 쌍 정도 됐던 것 같고 그들의 이야기와 사진은 그 다음 달 신부에 ‘벨기에 사람들의 예쁜 결혼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 큼지막하게 실렸습니다.

그때 처음 만난 유럽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이후 계속 유럽여행을 꿈꿔왔지만 촌스럽게도(?) 아직 저는 에펠탑 앞에도 한번 서보지 못했습니다. 눈 덮인 알프스산맥을, 안개가 자욱한 런던의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서만 보며 부러워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은퇴 후 저의 꿈은 ‘여행 작가’였습니다. 평생 저한테 속아 고생만 한 아내의 손을 잡고 한국의 방방곡곡은 물론, 세계 각국의 구석구석을 돌며 여행도 즐기고 실용적인 여행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와 운전하기를 즐기는 저에게는 딱 맞는 직업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스트우드에서 회계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 부부는 1년에 두 번, 6월과 12월이면 어김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합니다. 우리 산행팀 최고참 부부는 그야말로 기회만 되면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그분들의 에너지와 열정은 그 누구의 것에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여행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 돈도 있어야 하고 시간도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흔히 ‘여행은 다리 떨릴 때 말고 심장 떨릴 때 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일반 패키지여행에서도 눈치가 보인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다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70을 바라보는 우리 산행팀 선배 부부는 얼마 전 여러 사람들과의 단체여행에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맨 앞에서 씩씩하게 걸어 부러움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몇 년째 미뤄져 오고 있는 유럽여행을 내년에는 기필코 해보려 합니다. 이런 이유, 저런 핑계로 계속 미루다 보면 ‘심장 대신 다리가 떨리는 시기’가 올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일 욕심은 많고 돈이나 시간은 충분치 않지만 이제는 무조건 시작해볼 요량입니다.

저는 최근 들어 호주 국내여행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흔쾌히 여행길라잡이가 돼주고 있는 고마운 선배부부가 생겨 더 없이 고맙고 행복합니다. 그분들을 통해 저는 호주에서 17년 이상을 살면서 가보지 못한, 아니 알지도 못했던 곳들을 직접 몸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남을 위해 자기 시간과 돈을 쓰면서 여행길라잡이가 돼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분들은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와 행보를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또 그런 고마움을 코리아타운 애독자들께 실질적인 정보를 더해 생생하게 전해드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롱 위크엔드를 이용해 그분의 인솔하에 네 팀의 부부가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포트 맥콰리 근처 Laurieton 그리고 그 일대를 돌며 12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렸습니다. 이 이야기는 2주 후 코리아타운에 소개됩니다.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다리가 아닌 심장이 떨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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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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