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독?!

한국 여성지의 경우 이런저런 이유들로 해외취재 또는 해외촬영의 기회가 많이 주어집니다. 제가 몸담았던 <여원>의 경우, 워낙 그 유명세가 높았던 탓에 해외취재나 해외촬영의 기회가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곤 했습니다. 게다가 해당국가의 관광청, 항공사, 후원업체들이 거의 모든 비용을 대고 있었기에 회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저도 데스크로 일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 많은 기자들을 수시로 보내곤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저는 해외여행 경험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술과 사람에 빠져(?) 남들 다하는 해외여행이나 골프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던 제가 첫 해외여행 기회를 잡은 건 제가 서른아홉 살이던 1995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오키나와관광청에서 오키나와 홍보를 위해 유명매체 데스크들을 초청한 건데 관광청 직원이 제가 술고래(?)인 사실을 알고는 “오키나와에 가시면 오키나와 전통증류주 아와모리를 원 없이 마실 수 있다”며 접근해왔습니다. 그렇게 술 때문에 전격성사 된 저의 첫 해외여행에서 저는 오키나와 술고래들을 잇따라 기절(?)시키며 매일매일 아와모리 몇 동이씩을 비워냈습니다.

그곳 사람들이 한국사람들과 많이 비슷하고 술이나 음식 그리고 문화도 우리네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어 아주 편안하고 좋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물론, 일주일 남짓 동안의 여행기간 동안 오키나와가 갖는 아름다움과 그곳 사람들의 따뜻함을 담은 오키나와 여행기사가 지면을 장식, 많은 사람들에게 오키나와를 알리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몇 달 후 두 번째 해외여행 기회가 우연찮게 찾아 들었습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벨기에 브뤼셀에 취항을 시작했는데 첫 번째로 뜨는 비행기에 한국의 내로라 하는 사람들을 태웠고 저도 운 좋게 그 속에 들었던 겁니다. 8박 9일 동안의 브뤼셀 여행은 저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었고 저는 구석구석 예쁜 곳들을 열심히 카메라와 수첩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직업병…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막 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 여러 커플을 현장에서 즉석 섭외, 두툼한 ‘신부(新婦)특집’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삭막한 아스팔트 대신 아기자기 예쁜 돌들이 깔린 브뤼셀 거리들이 참 예뻤고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존재해왔던 ‘오줌싸개소년 동상’이 ‘애걔’ 소리가 나올 만큼 작고 앙증맞았던 건 지금도 신기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거실 소파에 편안하게 기대 누워 어지간한 세계의 명소들은 힘 안들이고 만날 수 있게 됐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에 비하면 그 감동은 천지차이가 됩니다. 시간과 돈과 체력만 허용된다면 최대한 많이 세계 이곳 저곳을 가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탓에 직접 가보기 어렵겠다 싶은 지역이 나오면 자세를 고쳐 앉아 무료 ‘랜선여행’에 초 집중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어디를 가봐도 호주만큼 멋진 곳이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우리도 그 동안 호주의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감탄을 쏟아낸 곳이 많지만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구석구석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찾아 다닐 생각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우리가 아직 못 가본 아들레이드와 퍼스 두 지역은 꼭 가보려 합니다.

“야, 임마. 친구들 중에 자기보다 더 오랫동안 해외여행 하고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래 그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3년째 호주여행(?)을 하고 있는 아내를 향해 가끔 말도 안 되는 호기(?)를 부려보긴 하지만 아직 아내와 함께 가보고 싶은 곳들은 호주국내가 됐든 해외가 됐든 무궁무진하기만 합니다.

지금 우리가 돌고 있는 4개국을 포함해 그 동안 어찌어찌 여러 나라들을 기웃거리긴 했지만 앞으로 2-3년 내로는 늘 군침만 삼키고 있던 미 동부와 캐나다 그리고 북유럽을 꼭 만나보려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여행중독’에 빠진 듯도 싶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저는 우리의 여행중독이 더 심해질 수 있도록 건강, 돈, 시간이 함께 해주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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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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