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위대함?!

극도의 피로함? 지침?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종류의 느낌이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 여섯 시, 마감작업을 모두 끝내고 “먼저 들어가겠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코리아타운 편집디자이너의 얼굴에서 그 같은 느낌이 왈칵 전해져 왔습니다.

“조심해 가세요. 얼굴이 흔들려 보여요….” 회사에서 그의 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다행이긴 했지만, 엄청 많이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 너무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일이 끝나갈 무렵 주고받은 카톡에서는 본인도 “사장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전 아무래도 내일 엄청 아플 예정이에요. 가끔 ‘엄마의 정신력은 위대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했습니다.

처음 코리아타운에 왔을 때는 ‘혼자’였는데 어느새 그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지난주에는 막내가 갑자기 아파 응급실에서 이틀 밤낮을 지냈다고 했습니다. 먹기를 제대로 했을까, 잠을 제대로 잤을까, 게다가 책임감 강한 그로서는 회사 일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 행여라도 자기 때문에 목요일 마감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마음에 노심초사했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틀 내내 응급실에서 태양이의 곁을 지키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상태에서도 그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마감을 해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는 지난주 목요일 저녁, 집에 가서 남편이랑 아이들을 챙겨주고는 그대로 기절(?)했을 겁니다.

코리아타운에는 또 한 명의 슈퍼맘이 있습니다. 어카운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하나밖에 없는 초등학생 아들이 몸이 워낙 약한 탓에 가끔 혼비백산(?) 하곤 합니다. 지난주 월요일 그는 “우리 지원이가 학교에서 갑자기 아파서 막 토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라며 사색이 돼 저에게 달려왔습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 허둥대지 말고 조심해 가세요”뿐이었습니다. 병원에 있어야 할 정도는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지난주 내내 아이 걱정 때문에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자기 일을 소홀히 하지 않던 그의 모습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그날 그는 이스트우드 스테이션까지 어떻게 달려갔을지… 분명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고 혼스비까지 가는 트레인 안에서도 가슴이 한없이 콩닥거렸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아픈 아이를 꼭 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들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집안 일 하나 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남편과 아이들 챙기며 자기 일까지 모두 해내는 그들에게 ‘슈퍼맘’이라는 표현은 결코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허황된 꿈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돈을 좀 벌면 회사 사무실 옆에 아이들 놀이방도 하나 만들어 코리아타운 워킹맘들이 조금은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찌질한 제가 돈을 제대로 잘 벌지 못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아이들 놀이방 꿈을 놓쳐버린 저는 나름 슈퍼맘들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 출근 혹은 오후 세 시 퇴근 등의 기분 좋은 제도로 최대한 그들을 편하게 해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긴급상황들이 생기면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참 많이 안타깝고 미안해집니다.

이제 두 달 남짓 후면 코리아타운에는 또 하나의 슈퍼맘이 추가됩니다. 둘째 에밀리를 데이케어에 보내면서 2년만에 다시 코리아타운 마운드를 밟게 될 제 딸아이입니다. 일이 안 끝나면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는, 남한테 일을 떠밀기보다는 지가 하고 마는, 저보다 조금 더 독한 녀석입니다.

겉으로는 지 새끼들한테 엄한 척, 무심한 척, 쿨한 척 하는 친구이지만 그 놈 또한 에이든이나 에밀리가 아프다면 바로 정신줄을 놓을, 어쩔 수 없는 엄마일 겁니다. 지난 주는 코리아타운을 이끌어주는 슈퍼맘들의 위대함이 유독 커 보이는 한 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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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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