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안 예뻐할 수 있을까요?

어? 어쩐 일인지 녀석이 보이질 않습니다. “든이 거실에 있어. 인터폰 소리 듣고 막 뛰어나오길래 내가 ‘할아버지 아니야. 아빠야, 아빠’ 했더니 ‘어? 아빠?’ 하고는 거실로 가버리더라구.”

딸아이의 웃음 섞인 얘기에 목을 쭉 빼고(?) 안을 들여다보니 녀석은 무심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에이든!” 하는 우리의 부름에 녀석은 정신 없이 현관 쪽으로 내달았습니다.

반가움의 뽀뽀를 우리에게 한번씩 날려준 녀석은 얼른 우리 손을 잡고는 총총걸음으로 집안으로 이끌고 들어갑니다. 할머니가 건넨 봉투 속의 과자며 뽀로로 주스들을 보며 입이 함박만해진 녀석의 모습에 우리 행복의 크기도 무한대가 됩니다.

얼마 전, 딸아이 얘기를 듣고는 ‘에이, 설마, 그럴 리가…’ 했었습니다. 평소에도 툭하면 ‘할아버지한테 가자’고 졸라대곤 하던 녀석이 그날도 할아버지 타령(?)을 한참 하고 있던 차에 인터폰이 울렸답니다.

반가운 마음에 현관으로 달음박질쳤던 녀석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 아빠를 보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답니다. 할아버지가 아닌 것에 대한 설움의 폭발?! 열심히 일하고 온 아빠로서는 그야말로 ‘빡 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을 겁니다.

늘 하는 얘기이지만 녀석으로부터 오는 이 같은 행복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를 일입니다. 녀석도 언젠가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할머니 할아버지보다는 지 엄마 아빠를 더 좋아할 것이고 여자친구가 생기면 거기에 홀딱 빠져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요즘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가끔씩은 ‘할아버지 보고 싶다’며 땡깡(?)을 부리다가 지 동생 에밀리 얼굴을 두 손으로 다정하게 감싸 안고는 “하지 갈까? 하지 갈까?” 하기도 한답니다. 두 녀석의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건 저의 오버일까요?

마음 같아서는 녀석들과 한 집에 살면서 매일매일 함께 뒹굴고 싶은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중한 사이일수록,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한 발짝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녀석들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삭혀(?)두곤 합니다.

그날은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딸아이가 뚝딱(?) 차려준 맛있는 점심상에 순살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얹었습니다. 에이든이 좋아하는 메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에는 저의 ‘에이든 꼬추먹기 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녀석의 꼬추를 따서 ‘후르릅’ 소리를 내며 제 입에 넣는 시늉을 하면 녀석이 기겁을 하며 고사리 같은 손을 제 입에 갖다 댔다가 얼른 지 꼬추 있는 자리에 갖다 붙이는….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녀석이 다시 갖다 붙이기도 전에 제가 연신 꼬추를 따먹자 녀석이 걱정스런 얼굴로 지 엄마를 쳐다보며 “어… 꼬추 없어…” 했습니다. 어쩐 일인지 이후로 녀석은 제가 몇 차례 꼬추를 더 따먹어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세 시간 가까이 놀다가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현관까지 나와서 제 목을 잡고 뽀뽀를 쪽! 해주던 녀석이 갑자기 제 입에 고사리 손을 갖다 댔다가 지 꼬추로 갖다 붙이는 작업을 다섯 번 연거푸 해대는 거였습니다. 아까 할아버지한테 빼앗겼던 꼬추를 한꺼번에 모두 되찾아간 겁니다.

눈웃음이 지 오빠보다 훨씬 더 심한 에밀리는 지 엄마 품에 안겨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고 아내와 딸아이는 에이든의 그 같은 행동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에이든 이 녀석… 어떻게 안 보고 싶고 어떻게 안 예뻐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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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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