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거짓말 진짜야”

“에이든, 에밀리, 이제 그만 놀고 코 자자!” 밤 열한 시가 다돼가자 안 되겠다 싶었던 모양입니다. 아내가 TV는 물론, 거실 등까지를 모두 끄자 두 녀석도 거실에 펼쳐놓은 이부자리 위에 얌전히 누웠습니다.

정말이지 에너지가 넘쳐나는 녀석들이었습니다. 아침 열한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꼬박 열두 시간 동안을 두 녀석은 낮잠은커녕 잠시도 쉬는 시간 없이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아침에 지들을 우리 집에 내려놓고는 혹시라도 안 떨어지려 할까 봐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엄마 아빠는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장난감 방으로, 과자창고로 냅다 달리며 두 녀석은 이미 신이 날대로 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놀이삼매경에 빠진 두 녀석은 뒷마당 잔디며, 데크며, 집안 거실이며,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니며 단 1분도 쉬지 않고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는 위험요소들은 집 안팎으로 미리미리 치워두긴 했지만 혹시라도 싶어 아내와 저는 녀석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만 오면 모든 게 지들 마음대로였으니 좋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하고, 과자며 과일이며 뽀로로주스며 아이스크림이며… 모든 걸 온종일 입에 달고 지냈음에도 먹순이 아니, 먹신(神)으로 유명한 에밀리는 우리 집 고양이 해삼이가 먹다 남긴 고기에까지 입을 댔습니다.

우리 집에서 1박 2일을 지내는 동안 단 한번도 엄마 아빠를 찾지 않고 잘 놀아준 녀석들이 너무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지만 녀석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 덩그러니 남겨진 우리는 살짝 파김치(?)가 돼 있었습니다.

물론, 그 덕에 오랜만에 아이들에게서 완전해방(?) 된 딸아이 부부는 1박 2일 동안 여기저기를 맘껏 누비며 못해봤던 것들, 먹고 싶었던 것들을 실컷 즐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를 가끔씩 마련해줬으면 하는 딸아이 부부의 은근한 기대감…. 하지만 우리의 입장만 생각한다면 아내와 저의 대답은 당연히 ‘NO’입니다. 반면, 그 속에서 둘만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딸아이 부부를 생각하면 ‘글쎄… 고민해볼까?’가 됩니다. 그러나 에이든, 에밀리 두 녀석에게서 얻는 행복과 즐거움만을 놓고 본다면 망설임 없이 ‘YES’입니다.

두 녀석은 나란히 누워 잠시 뭐라 재잘재잘 하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곤히 잠들어 있는 두 녀석의 모습… 이 세상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아내와 저도 침대를 버리고(?) 아이들 곁에 자리했습니다. 녀석들이 뒤척이는 바람에 우리는 이부자리 끝에 반쯤 걸쳐 있었지만 바닥이 딱딱하지도, 춥지도 않았습니다.

“에이든, 할배 좋아?” 함께 자동차놀이를 하다 문득 던진 질문에 녀석이 “응. 할배 좋아!” 합니다. “에이, 거짓말 말구.” 제가 녀석의 유행어(?)로 반격(?)하자 녀석이 다시 응대합니다. “아니야, 거짓말 진짜야.”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로 할배를 좋아한다는, 녀석의 새로운 버전입니다.

“뽐이, 할배 좋아?” 역시 뜬금 없는 제 질문에 두 눈에 웃음을 가득 담은 채 끄떡끄떡하는 녀석에게 “뽐이, 네! 해야지?” 했습니다. 고개를 격하게 끄떡이며 “은~ 네!” 하는 녀석….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될 녀석들의 사랑을 저는 그렇게 아주 여러 번 다짐하며 꿈 같은 1박 2일을 지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 아빠가 안아들 때부터 도리질을 치던 에밀리가 차 타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더니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녀석의 대성통곡은 온 동네가 떠나갈 듯했고 지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고 합니다. 에이든이 했던 행동들을 에밀리가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겁니다. 두 녀석을 잠시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물론, 그 속에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이율배반적인(?) 감정도 살짝 들어 있습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별미 보양식으로 건강한 겨울 대비 겨울철 면역력 높여주는 보양식 아이디어 총집합!
Next article‘~하면서’ 의미하는 ‘~ながら’ 표현 배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