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에서 온

짐승 빈 주머니에 아랫도리 뭉큰하다
입의 열기로 실을 짜내고 금 은실로 장식하는 수성에서 온 남자
넘실거리는 글씨가 파도를 탄다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보고 말았다
발리로 발리로
날아올라, 날개에 힘을 실어줘 피닉스
다음 생에도 나의 날개에 힘이 열리면
종교는

매달린 새끼들 나만 바라보아
쫑긋쫑긋 벌린 그 작은 입들에 먹이를 넣어주며 나의 깃털은 윤기를 잃어가고 있었어
그러나 사랑스럽기만 하던 여인 때문에 힘든 줄도 몰랐어
그녀의 꽃잎 같던 입술은 점차 시들어 가고 질경이가 돋아나고 있었어
여린 꽃잎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난 궁금했어.. 찾아 헤매어 잡은 그림자라니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누릴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내놓을 거야
어제 밤에 발리에 쫓기는 꿈을 또 꾸었어
수성에서 온 짐승 사람

 

 

글 / 손헬렌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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