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던지면 물고, 던지면 물고… 원래 고등어라는 놈들이 순진한(?) 탓인지 수백 어쩌면 수천 마리가 떼로 몰려와서는 던져주는 미끼를 덥석덥석 물곤 했습니다.

갈 때마다 채 한 시간도 안돼 30마리도 넘는, 어른 팔뚝만한 고등어들을 낑낑대며 들고 온 기억이 납니다. 그것도 멀리도 아닌, 시티 모스만의 클립튼 가든이라는 와프 (Wharf)에서였습니다.

늘 그렇지만 우리한테 필요한 건 그저 몇 마리뿐, 그때나 지금이나 남들에게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다섯 마리씩을 비닐봉투에 넣어 굵은 소금까지 뿌려 지인들에게 나눠주기에 바빴습니다. 물론, 15년 전쯤의 일입니다.

호주에서 연어 (Australian Salmon)가 가장 많이 잡힌다는 비치, 투클리… 그곳에서 드넓은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은 힐링이 없습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빨간 기와집과 하얀 등대, 그리고 왼쪽으로 다가오는 성산포를 닮은 무인도(?)는 더 없는 편안함을 줍니다.

낚싯대를 비치에 꽂아놓고 바다와 놀다(?) 보면 연어들이 낚싯대를 물고 늘어지곤 하는데 얼마나 힘이 센지 낚싯대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크게 휩니다. 그리고 벌이는 녀석들과의 한판… 65센티미터를 넘나드는 녀석을 끌어올리고 나면 녀석이나 우리나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됩니다.

어복이 많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 아내와 저는 갈 때마다 연어를 잡곤 했습니다. 이 또한 던지면 물고, 돌아서면 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꽝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희한하게도 우리의 낚싯대는 연속으로 춤을(?) 추곤 했습니다.

한번은 그야말로 녀석들이 미친 듯이 우리에게만 달려들어 연어구경(?)조차 못하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버켓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줄지어 연어를 받아간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힘이 들어 낚싯대를 접었지만 그날 우리는 두 시간 남짓 동안 헉헉대며 20마리가 훨씬 넘는 연어를 잡았습니다.

아쿠나베이에서의 갈치 낚시도 참 재미 있었습니다. 역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는데 우리한테만 갈치들이 덤벼들어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에 열세 마리의 갈치를 잡아 올려 주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른 적도 있었습니다.

뉴카슬에서 갈치가 쏟아져 나오던 몇 년 전에는 30분도 안돼 우리의 몫인 20마리를 가뿐히 채우고 옆 사람들을 위해 낚시를 계속했던 기분 좋은 추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물고기 얼굴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마로브라에서 괴물(?) 갑오징어를 열 마리 가까이 잡았는데 올해는 아직까지도 꽝입니다. 물론, 몇 번밖에 안 가긴 했지만 지난해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잔잔하다고 예보됐던 파도가 막상 가보면 강풍과 함께 심하게 출렁거려 판을 망쳐놓기도 했고 입질도 지난해와는 영 딴판입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에는 모처럼 파도도 잔잔하고 물때도 좋아 꼭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낚싯대에 시비(?)를 걸던 묵직한 녀석 하나가 거의 앞까지 끌려오다가 바늘을 뱉고 유유히 사라지면서 ‘용용 죽겠지!’를 외치고 난 후로는 침묵이 계속됐습니다. 몇 시간을 그렇게 공을 치다 돌아왔지만 우리는 넓은 바다와 소통(?)을 하고 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물론, 우리도 물고기를 이전처럼 확확 잡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에 또 희망과 기대를 갖고 낚시터를 찾을 겁니다. 1980년대 배철수씨가 이끌던 그룹사운드 ‘송골매’의 ‘세상만사’라는 노래의 가사가 새삼스레 와 닿는 요즘입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구로 살아가오….” 어디 낚시뿐이겠습니까? 우리의 삶 자체가 어쩌면 기다림과 좌절 그리고 희망의 연속일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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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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