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언어

나의 언어 강요하지 않고 배우자 언어 배워 사용하는 것 필요

처음 호주 땅을 밟아서 내렸을 때 저를 공항에서 픽업해주신 분은 키가 훤칠하게 크신 호주 남자분이셨습니다. 그분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자동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데 순간적으로 많이 당황했습니다. 나름대로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의 말을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01_두 사람의 다른 언어 배우고 이해할 때 소통 시작

호주영어에서 자주 사용되는  ‘그다이 마이트 (good day mate)’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도통 호주 식 발음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호주 사람들은 똑같은 영어지만 발음도 다르고 뜻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호주식 영어는 또 다른 새로운 언어로 들렸던 것입니다. 호주식 영어에 익숙해지기까지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결혼을 할 때 부부는 사랑하기 때문에 같은 언어를 사용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조금만 함께 살아가다 보면 두 사람은 다른 행성에서 와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의 다른 언어를 서로가 배워가고 이해하기 시작할 때 그때서야 소통이 원활하게 되기 시작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부부가 서로의 다른 사랑의 언어를 알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부부사이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게리 채프만 박사는 부부의 문제를 ‘사랑의 언어’로 푸는 것만으로 많은 부부갈등을 수년간 해결했습니다. 그 사랑의 언어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인정하는 말, 스킨쉽, 칭찬, 선물,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사랑의 언어가 있는데 그 언어로 상대방이 사랑을 표현해줄 때 정서적인 만족감과 사랑의 충족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자신의 사랑의 언어를 확인하는 방법은 책에 있는 설문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더 쉬운 방법은 평소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는지를 스스로 관찰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02_내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 그리고 스킨쉽

저의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이 첫 번째 언어이고 두 번째 사랑의 언어는 스킨쉽입니다. 그에 비해 아내는 봉사와 선물이 사랑의 언어입니다.  결혼 초기에 아내는 늘 말로만 칭찬을 많이 해주고 희생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듯한 저를 보면서 이런 마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말만 저렇게 잘 하면 뭐해!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해 보여야지!”

반면 저는 아내를 보면서 “칭찬하는데 돈도 안 드는데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칭찬을 해주지 않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는 열심히 집에서 가정을 위해 희생,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결혼 초에는 칭찬해주지 않는 아내로 인해 마음이 상하고 더 많은 봉사와 희생을 보여주지 않는 아내로 인해 저의 마음이 상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아내가 다 알고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모습이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김영랑의 시처럼 ‘내 마음 날 같이 아실 이’가 내 아내이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그러다 게리 체프만의 <사랑의 언어>라는 책을 통해 서로의 사랑의 언어가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계속해서 다른 사랑의 언어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사랑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후로부터 제가 하는 칭찬의 말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진심에서 나온 사랑의 표현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하던 판단의 생각을 멈추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순수하게 칭찬을 기뻐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인정의 말과 스킨쉽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인정해주기를 원할 때 스스로를 뿌듯해 하면 맞장구를 쳐줍니다. 그리고 스킨쉽을 원하면 정말 너무 피곤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반응해줍니다.

 

03_사랑의 언어 이해하고 사용하려 애쓰는 게 참 사랑

저는 반대로 아내의 사랑의 언어가 봉사와 선물인 것을 알고 쓰레기를 비워주거나 집안에 고칠 일들이 있을 때 그리고 쇼핑할 일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가거나 바깥에 나갔다 올 때는 선물을 가능한 해주려 노력합니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당신의 사랑의 언어는 돈도 많이 들고 에너지도 많이 드는 까다로운 거야. 내 것은 돈도 안 들고 쉬운 것 같은데” 하고 말합니다. 그 덕택에 저희 부부는 싸울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싸우지 않거나 만장일치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로의 사랑의 언어를 알고 그것을 존중해주고 서로를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를 통해서 채워져야 하는 사랑의 탱크가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이나 채워지지 않은 다른 부분들이 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저축된 사랑이 있는 것입니다.

서로의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히 나의 사랑의 언어가 배우자의 언어보다 탁월하고 더 옳은 것이라고 믿으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사랑의 언어에는 더 좋고 나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다르다는 것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부부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른 언어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그 언어를 배워서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의 언어를 강요하지 않고 배우자의 언어를 배워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선택이고 노력이고 헌신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려고 애쓰는 것은 선택과 노력과 헌신이 있는 참 사랑의 모습입니다.

 

글 / 김 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호주한인생명의전화 이사장·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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