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이게 최선입니까?” #9042022-07-23 22:38

이게 최선입니까?”

 

평소에는 친형, 친오빠처럼 잘 대해줬지만 일에 관한 한 선배는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했어요.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180도로 돌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지독했으니까요. 그때마다 우리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곤 했지요.”

 

에이, 무슨 소릴내가 자기들한테 요구했던 건 아주 심플했는데? ‘양질의 기사를 데드라인에 맞춰 내라!’ 그거 말고는 자기들 괴롭힌 게 없었던 것 같은데?”

 

한국방문 길이면 빼놓지 않고 만나서 술잔을 마주하곤 하는, 그리고 제가 유일하게 말을 놓는 후배기자와 가진 대화내용 중 일부입니다.

 

, 맞아요. 선배는 우리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대내외적인 바람들을 모두 막아줬지요. 하지만 양질의 기사바로 그게 문제였어요. 선배가 요구하는 수준이 어디 어지간했어야지요.” 그는 이렇게 얘기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기획의도에 와 닿지 못하는 기사에는 거의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였고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기자는 절대 용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평소 후배기자들이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자세로 저를 대하는 모습을 본 타 부서 간부들이 김 부장, 기자들 너무 풀어주는 거 아니에요?”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저는 끝까지 그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았습니다.

 

함께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그들은 제 동생 같았고 저는 그들의 자상한 형이나 오빠였습니다. 하지만 양질의 기사와 데드라인 엄수에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보일라 치면제가 심하게 변신을(?) 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기자들에게 항상 플러스 1, 플러스 2, 플러스 3… 이런 걸 요구했습니다. 이를테면, 봄이 다가와 다른 매체들이 여성정장 이야기를 할 때 저는 그 여성정장에 받쳐 입을 수 있는 블라우스 이야기, 그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나 핸드백 이야기, 그리고 함께 신으면 예쁠 구두 이야기까지를 함께 다루도록 요구했습니다.

 

남들이 와인 이야기를 쓸 때 우리는 와인과 찰떡궁합을 이룰 수 있는 안주 이야기,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줄 음악 이야기와 조명 이야기까지를 더해야 했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플러스 1이 되든 플러스 7이 되든 데드라인 엄수는 절대명제였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을 했기에 우리가 만들어내는 기사는 늘 남들보다 알차고 좋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일에 관한 한 저 스스로부터가 결벽증을 이야기할 만큼 철저 하려 노력했고 후배기자들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강하게 요구했던 겁니다.

 

시드니에 와서도 그 같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나름 애를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현실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도 어느 정도는 비겁해진 것 같다는 자책을 하곤 합니다.

 

매주 그런 아쉬움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코리아타운이 이번 호로 창간 18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번 주에도 코리아타운 좋던데요. 코리아타운이 가장 나아요. 저는 코리아타운만 봐요라는 이야기들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코리아타운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는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좀더 충실한 기획과 노력에 의한 편집 그리고 더 좋은 컨셉, 카피라이팅, 디자인이 어우러진 좋은 광고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스스로에게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 고개를 끄떡일 자신이 없는 겁니다. 코리아타운 창간 18주년을 맞아 지금부터라도 그 같은 노력을 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과 더 많은 노력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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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