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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드디어 족쇄를(?) 찼습니다 #8962022-07-23 22:34

드디어 족쇄를(?) 찼습니다

 

다 우리를 위한 거랍니다. 전부터 그런 얘기를 가끔 흘리기는 했지만 이 못된(?) 것들이 지난 일요일 오후, 마침내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우리 차 뒷좌석에 버젓이 자리한 카시트이젠 대놓고 에이든을 우리한테 떠넘기겠다는(?) 속셈인 듯싶습니다. 녀석이 예쁘고 좋긴 하지만 어쩌다 이렇게 엮이게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이런저런 사정들로 회사에서 팔방미인으로 뛰고 있는 딸아이 때문에 에이든이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원래는 마감일인 매주 목요일 오후 네 시간 정도만 녀석을 봐주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겁니다.

 

녀석이 데이케어를 가는 월요일과 수요일은 두 시간 남짓이지만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하루 종일 녀석과 꼼짝없이 붙어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녀석은 우리 집에만 오면 뭐가 그리 좋은지 여기저기를 막 싸돌아 다니려 하고 말도 엄청 많아집니다.

 

데이케어에서나 지네 집에서는 낮잠도 잔다는데 우리 집에서는 눈이 말똥말똥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녀석이 워낙 순해서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앞으로 좀더 개구쟁이가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에이든은 저와는 유난히 스킨십이 많습니다. 제 무릎에 앉아서 놀기를 좋아하고 뜬금없이 달려와 저한테 덥석 안기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녀석의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거나 뺨에 쪽!!! 뽀뽀세례를 퍼붓곤 합니다. 녀석이 저한테 달려들어 제 입에 침을 한바탕 묻혀놓고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지요.’ 우리와 가까운 지인이 가끔 쓰는 표현입니다. 여러 명의 손자손녀들이 집으로 몰려와 한바탕 난리를(?) 쳐놓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답니다.

 

과유불급무슨 일이든 차고 넘치기보다는 살짝 부족한 듯 아쉬운 상태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네 시간우리가 정해놓은 원칙입니다. 그 밖에도 부부동반 모임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에이든과 놀아주겠지만 나머지는 철저히 딸아이 부부의 몫이라고 세뇌를(?) 시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는 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자라야 하고 우리 또한 자식의 자식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에이든 또한 그렇게 조금은 뜸하게 만나야 더 많이 보고 싶어지고 더 많이 사랑스러워질 겁니다.

 

우리 차에 녀석의 카시트가 달리고 나서는 데이케어에서 녀석을 따박따박 걸려서 오는 재미가 사라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올 때는 카시트가 아주 유용합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처음으로 녀석을 우리 차에 태우고 쇼핑센터엘 갔습니다. 녀석도 우리와의 첫 단독 외출에 신이 났는지 차 안에서 뭐라고 쉴새 없이 재잘댔습니다. 우리는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녀석과 함께 맛 있는 것도 먹었습니다.

 

얼마 전, 제가 녀석의 손을 잡고 다니는 걸 본 한 지인이 막내?” 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 막내라니하지만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놈이 진짜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봅니다.

 

어쩌면 어린 시절,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못해줬던 미안함과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족쇄도(?) 찼고 하니 아내와 함께 우리 막내를 데리고 여기저기를 자주 다녀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아, 니 새끼는 니네들이 책임지고 키워야 하는 거다. 우리가 에이든을 예뻐하고 귀하게 여기는 건 변함이 없을 테지만 주말 같은 때 우리한테 에이든 떠넘길 생각 같은 건 아예 하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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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