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마약? #8902022-07-23 22:31

마약?!

 

~!” 제 품에 안겨있던 녀석이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고는 카운터 여직원을 향해 느닷없이 하이파이브를 청합니다. 예기치 못한 기습을(?) 당한 여직원이 머뭇거리자 녀석은 씩 웃으며 다시 한번 ~!”를 외치고는 기어코 하이파이브를 받아냅니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아내와 저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스트우드에서 가족모임을 가졌습니다. 식당에 손님들이 꽉 들어차 있었던 터라 밖에서 10여분을 기다리다가 우리 차례가 돼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때 생긴 일입니다.

 

반강제로 하이파이브를 당한(?) 여직원도, 우리 가족도 모두 한참을 웃었습니다. 에이든은 지가 기분이 좋을 때는 조금은 건방진 자세로 하이파이브 대신 ~!’ 혹은 에이베!’를 외치곤 합니다. 그것도 어쩐 일인지 꼭 여자들한테만 그런답니다. 이제 두 살밖에 안된 어린 녀석이 누구를 닮아 그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지 엄마 아빠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녀석은 우리 집에만 오면 도통 갈 생각을 안 합니다.

 

요즘은 아내가 생일선물로 미리 사준 꼬마버스 타요삼매경에 빠진 녀석지 엄마의 이든아, 가자!” 소리에 돌아보지도 않고 ~!”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지 엄마의 가자!”라는 말이 거듭되면 녀석은 고개까지 가로 저으며 격렬하게(?) “~! ~!”를 외칩니다.

 

가끔 우리 집 앞까지 왔다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곧바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나 집안에 들어와서도 원하는 만큼 실컷 놀지 못하고 가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닭똥 같은 눈물과 함께 녀석은 대성통곡을 합니다. 어떨 때는 녀석의 우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일부러 울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바탕 눈물바람을 하고 나서 제 품에 안기게 되면 녀석은 여느 때보다도 훨씬 더 꼭 저를 껴안습니다. 두 팔은 물론, 양 발을 제 허리에 꼭 감으면서…. 녀석을 예뻐하지 않을 수 없는, 정말 짜릿한 순간입니다.

 

에이든은 블루베리와 딸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우리 집 뒷마당에서 딴 딸기를 입에 넣고는 눈까지 찡긋거리며 ~!” 소리를 냅니다. 딸기를 워낙 좋아하는 녀석은 지 엄마가 모발폰으로 찍어 놓은 딸기사진을 보여주면 그걸 집어서 지 입에도 넣고 우리 입에도 넣어주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기저귀를 가는 녀석의 고추 사진을 한 장 찍어 그 사진을 녀석에게 보여주고는 딸기처럼 고추를 집어먹는 시늉을 했더니 녀석이 사진에서 고추를 집어 얼른 제 입에 넣어줬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사진에서 고추를 집더니 지 할머니 입에도 넣어주려 했습니다. 아내가 웃으면서 얼굴을 피하고 도망을 치자 녀석은 끝까지 따라가 기어코 아내의 입에 고추를 넣어줬습니다. ‘아이들이 있어야 집안에 웃음꽃이 핀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입니다.

 

데이케어 다니는 남자인스타그램에 지 엄마가 올린 사진 제목입니다. 녀석은 지금 일주일에 두 번 데이케어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니, 벌써? 너무 빠른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도 사귀고 사회성도 기르기 위해 필요한 단계라는 설명입니다.

 

요즘 같이 힘든 일도 많고 스트레스가 잦을 때 녀석은 저에게 마약(?) 같은 존재가 됩니다.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온몸이 뻐근하다가도 녀석을 만나면 거짓말처럼 말끔해집니다. 녀석을 직접 보지 못할 때는 인스타그램이나 모발폰 속의 동영상을 통해 녀석으로부터 기를(?) 받습니다. “그렇게 좋아?” 하는 아내의 핀잔에도 녀석을 향한 저의 사랑은 절대 멈춰지지가 않습니다.

 

오늘이 저의 마약, 에이든의 두 번째 생일입니다. 평소에도 녀석이 순간순간 주는 기쁨과 행복을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더더욱 녀석과의 행복 교감, 사랑 나눔에 충실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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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