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사서 고생하기? #7592022-07-23 21:13

사서 고생하기?!

 

, 웬수설마 했는데 기어코…. “자기는 신경 쓰지마. 시간 날 때마다 내가 조금씩 할 거니까.” 이렇게 말하며 아내는 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이나 될 얘기입니까? 그날부터 우리의 사서 고생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햇살이 좋던 8월의 어느 날,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갔더니 뒷마당 잔디 앞부분이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잔디가 너무 나빠 새로 깔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니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전문업체에 맡기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뤄오다가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에 용기를(?) 낸 겁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존 잔디를 모두 파내서 없애고 새 잔디를 깐다는 아주 심플한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말처럼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때마침 2주 넘게 비가 내려 좀 낫긴 했지만 땅 파는 일은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며칠에 걸쳐 뒷마당을 모두 파헤쳐놓고 나니 양쪽 팔이 뻐근했습니다.

 

잔디를 파냈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잔디에 붙어있는 흙을 일일이 털어 내놓는 일 또한 대 작업이었고 땅 고르는 일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제 잔디만 사다 깔면 되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과정이 끼어들었습니다. 기존 잔디와 잡초의 씨앗까지를 완전히 죽이기 위해 약을 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텃밭과 화단을 제외한 1 50여스퀘어미터에 구부정한 자세로 약을 뿌리고 나니 어느새 주변이 어두워졌습니다. 머리 위로는 커다란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라 있었습니다.

 

약을 치고 2주 후 새로운 잔디를 깔면 된다더니 이번엔 또 그전에 흙을 6-7센티미터 두께로 덮어줘야 한답니다. 기존 잔디가 살아서 나오는 것도 막고 새로운 잔디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어디서 그 같은 정보를 갖고 오는지 아내는 참 열심입니다. 지인들을 통해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저녁시간에는 한국과 호주를 넘나드는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를 뒤지며 깨알 같은 정보들을 찾아냅니다.

 

학교 다닐 때 저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서울대 가고도 남았을 거야. 서울대가 뭐야, 하버드대도 갔겠다.” 저의 핀잔 아닌 핀잔에 아내는 깔깔대며 쉴새 없이 재잘댑니다.

 

자기야, 자기야. 잔디는 Sir Walter Buffalo가 제일 나은 거 같아. 이거 버닝에서는 스퀘어미터당 8 90인데 농장에 직접 가면 7 70이래. 1백스퀘어미터 이상 주문하면 무료 딜리버리이고…. 우리 언제 한 번 농장에 가보자.” 결국 우리는 윈저에 있는 잔디농장에까지 다녀왔습니다.

 

자기야, 힘들지? 우리가 지금은 고생을 좀 하지만 이렇게 해놓고 나면 엄청 예쁠 거야. 잔디도 자주 안 깎아도 되고…. 근데, 이번 일로 내가 자기한테 돈 만불 이상은 벌어준 거다. 어때? 고맙지?” 아내는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시원한 얼음물 한 잔을 건넵니다. 웬수 같은친구를 미워해야 할지 예뻐해야 할지….

 

13년 전 오늘,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드니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앞이 전혀 안 보이는 깜깜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운도 따라줘 이제는 잔디도 새로 깔고 화단도 예쁘게 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고마움과 행복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음 주 일요일 뒷마당에 새 잔디 까는 일도 정말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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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