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마리아 이야기… #6672022-07-23 18:29

마리아 이야기

 

뭘 찾으세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물건을 사기 위해서, 또는 둘러보기 위해서 상점 안으로 들어서면 거의 예외 없이 종업원들이 다가와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 옵니다.

 

물론, 개중에는 손님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별 관심을 안 보이는 곳들도 더러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종업원이 친절한 곳이라면 그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면 지나치게 따라 붙으며 이것저것들을 권하거나 말을 시키면 편안한 쇼핑에 방해를 받게 됩니다. 특히나 영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곳에서라면 그 불편함은 더해지게 마련입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어느새 왔는지 그 여직원이 우리 곁에서 말을 걸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설 때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달라며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줬던 그 여직원이었습니다. 중동계로 보이는 그녀의 가슴에는 MARIA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습니다.

 

지난 9새 사무실로 들어가는 김에 책상도 새 걸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Auburn에 있는 Home Mega Mall을 찾았습니다. 아내와 저는 그곳에 있는 by dezign이라는 가구점이 물건도 좋고 가격도 좋아 종종 찾곤 합니다.

 

기역자로 생긴 하얀색 유리책상이 마음에 들어 사이즈를 알고 싶었는데 그녀가 우리의 마음을 읽었던 겁니다. 그녀는 재빨리 우리에게 줄자를 갖다 주고는 또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달라는 말을 남기고 저만치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MARIA는 우리와 웬만큼 거리를 유지하며 떨어져 있긴 했지만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뭔가를 필요로 한다 싶으면 얼른 다가오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MARIA를 통해 유리책상 열 개를 샀습니다. “, 그 테이블 세트딱 한 세트 남은 걸 지난 주에 제가 팔았습니다. 지금은 다른 기획상품이 있는데 한 번 보실래요?” MARIA는 테이블과 어울리는 의자들을 종류별과 색깔별로 조합해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유리테이블과 하얀 의자 여덟 개를 역시 그녀를 통해 샀습니다.

 

이건 마지막 상품이라 싸게 팔고 있습니다. 이태리 가죽 제품인데 아주 편안하고 모양도 예쁩니다.” 그녀는 Stock Take Sale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부채꼴 모양의 하얀 가죽소파에 묻은 작은 얼룩들을 무릎을 꿇은 채 열심히 닦아내며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소파의 얼룩이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자 MARIA는 스토어 매니저에게 그와 비슷한 제품이 있는지를 물어보고는 책상 열 개와 테이블을 구입한 고객인데 소파도 최대한 특별한 가격에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옅은 갈색 가죽소파까지 MARIA를 통해 샀습니다. “많은 양의 가구를 구매해줘서 고맙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딜리버리는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며 밝게 웃는 MARIA를 보며 참 대단한 친구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녀가 그 숍에서 웨이지를 받고 있는지 아니면 수당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든 그녀의 이름으로 팔리는 물건이 많으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물건을 둘러볼 수 있게 배려하다가 뭔가를 필요로 할 때는 얼른 다가가 도움을 주는 그녀의 세일즈 자세는 참 멋졌습니다. 지난 주의 보석 같은 종업원못지 않게 MARIA 또한 반짝반짝 빛나는,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런 종업원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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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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