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내겠습니다!!” #4162022-07-23 15:38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내겠습니다!!”

 

잠깐만요, 정 부장님! 오늘은 제가 내겠습니다.”

아이구.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당연히 제가 내야지요.”

아닙니다. 지난 번에도 박 이사님이 내셨는데, 오늘은 제가 내야 합니다.”

, 글쎄. 아니라니까요. 아줌마! 이 돈 받으시면 안 됩니다. 여기, 제 돈 받으세요!”

 

계산대 앞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한참 동안 계속 되다가 어렵사리 싸움(?)이 마무리 됩니다. 서로 돈 내겠다고 실랑이하는 모습한국인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이스트우드의 한 식당에서도 후배 일행과 점심식사를 한 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워낙 강력한(?) 후배를 만나 오랫동안 실랑이를 했습니다. 결국 그 후배를 자리에 주저 앉힌 저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기에 조금은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며칠 후, 카페에서 지인들과 커피를 한 잔씩 하는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돈을 내려고 계산대 앞에서 지갑을 꺼내는 지인 대신 제가 얼른 50불짜리 한 장을 계산대에 건네자 외국인 캐시어가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참 정겨운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돈을 내겠다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가 한국 사람들입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보기가 참 좋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도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로 돈 내려는 모습은 왠지 정겨워 보입니다. 물론, 요즘 세대는 각자 나눠내는 문화가 정착돼 있긴 하지만 그 이전 세대에서는 여전히 내가 낼 게하는 문화가 일반적입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서로 돈 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항상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계산대 앞에서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싫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 돈을 내기도 했습니다. 돈 낼 때가 다가오면 슬그머니 먼저 일어나서 몰래 계산하기, 화장실 가는 척하며 몰래 계산하기, 괜히 전화하는 척 밖으로 나가 몰래 계산하기….

 

그밖에 계산대에서 실랑이 하는 동안 계산대에 돈을 휙 던져놓고 도망치듯 나가는 경우도 있고, 아예 주인 아줌마랑 짜고 누가 오든 계산 다 끝났다고 미리 입을 맞춰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드니에서 식사를 두 번 함께 한 변호사 한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 변호사가 보기 드문 강적(?)이라서 번번이 돈내기 경쟁에서 지곤 합니다. “우리 동네까지 오셨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김 사장님 동네로 가면 그때 내십시오가 그 분의 주장입니다.

 

지난 번에는 식사 중에 모발폰으로 전화가 와 밖으로 나가시기에 얼른 계산대로 뛰어갔는데 그 새에 전화를 끊고 들어와서는 에이, 왜 이러세요하고 제 지갑을 뺏어 들었습니다. 일행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조만간 그 변호사님과 식사를 한 번 할 계획이 있습니다. 이번엔 어떻게 해야 그 분을 이길 수 있을지 머리를 짜는 중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한 가지는 서로 돈 내겠다고 밀고 당기는 일은 좋은 사람들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는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해도 결국은 서로 돈 내는 횟수가 비슷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서로를 아끼고 챙겨주는 사랑의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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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1956년 생. <코리아 타운> 대표.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