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 안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대손님으로 나온 이장희씨가 이야기 끝에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모두 60을 훌쩍 넘긴 ‘한국 Folk계의
보석 같은 존재’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네 사람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활동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처음 출연 섭외를 받고는 정중히 사양했는데 다시 생각 해보니 어쩌면 이번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공연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에 앞서 윤형주씨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중에 우리 죽으면 지금 이 프로그램
우리 자료화면으로 사용될 거예요.” 세월의 흐름은 청바지와 통기타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20대의 젊은 그들’을 어느덧 60대 노인(?)들로
바꿔 놓았습니다. 그들 중 ‘막내’인 김세환씨가 1948년생이니까 올해 만으로 예순 세 살이 됩니다. ‘세시봉 친구들’로
일컬어지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그들은 70년대
통기타 문화를 이끌었던 우리 세대의 우상이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할아버지 취급’을 받았을 그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20대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목소리와 노래와 이야기와 정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밤, 한국 MBC TV ‘놀러와’에서 ‘설날 특집 세시봉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네 사람을 다시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작년 9월 20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세시봉 친구들’이라는 타이틀로 방송을 내보낸 데 이은 2탄 격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양희은씨와 이장희씨가 게스트로 초대됐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타의 대가 강근식씨와 함춘호씨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저는 이틀 동안 40년을 훌쩍 넘어선 그들의 노래와 이야기와 우정과
정열에 늦은 밤까지 푹 빠져 있었습니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네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아주 오래 전 음악활동을 중단한 이장희씨가 게스트로 초대되면서
프로그램은 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오랜 미국생활 끝에 지금은 울릉도에서 지내고 있는 이장희씨는 자신의 대표 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30여년 만에 방송에서 부르고 나서는 “오늘 이 자리에 와보니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과 방청객들을 향해 “이 사람들 안 죽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던진 짧은 한 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어제가 설날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꼼짝없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어야 하는 날이었고, 특히 내일이 쉰 다섯 번째 생일인 저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5년 전부터 ‘한 살씩 나이를 거꾸로
먹는 원칙’에 의해 올해로 마흔 다섯 살이 됐습니다. 6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20대의 열정과 젊음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씨를 보면서 저도 그들처럼 더 나이가 들어서도 더
좋은 글을 쓰는 기자로서, 더 좋은 글쟁이로서의 자리를 멋지게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가져봤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