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의 신세계?! 세상에… 이제 15개월로 접어든 어린 녀석이 어쩌면 그렇게 짜장면을 잘 먹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제 엄마가 떠주는 밥을 몇 번 잘 받아먹던 녀석이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짜장면의 신세계’를 알고부터는 어림도 없습니다. 밥숟갈이 가면 도리질을 치고 짜장면 그릇을 향해 “또조? 또조?”를 쉴새
없이 외쳐댑니다.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도 녀석의 그러한 모습에 웃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녀석도 이제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겁니다. 입가에 시커먼 춘장을 잔뜩 묻힌 채 그 조그만 입으로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고는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참 귀여우면서도 신기합니다. 제 딴에는 맛있어죽겠다는(?) 표현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눈을 찡긋찡긋 거리기까지 합니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 햇살 좋은
날씨에 아내, 딸아이, 에이든과 함께 투표를 마치고 오랜만에
뉴잉턴으로 짜장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코리아타운 장기 광고주 중 한 분이 하시는 곳인 터라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쫄깃한 면발에 맛있는 짜장소스, 그리고 쫀득한 탕수육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에이든의 입맛까지 그렇게 사로잡아버렸습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 우리 옆 테이블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새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에이든보다 몇 개월 정도 더 누나인 듯싶은 여자아이가 에이든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손으로 턱을 괸 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에이든도 그 연상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짜장면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힐끗힐끗 옆 눈으로 그 여자아이들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새삼스런 깨달음이지만 저렇게 어린 아기들 또한 입맛도, 생각도 어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길을 걸을 때는 제가 에이든을 안고 다닙니다. 그런데 녀석이 감기 기운이 있어 가끔 재채기를 합니다. 그때마다
녀석의 침이 제 얼굴, 심지어 제 입에까지 튑니다. 그런데도
하나도 더럽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고약한 녀석이 지난 월요일 밤,
우리 집에 감기바이러스 폭탄을 투하하고 갔습니다. 그것도 제 엄마와 합동으로…. 이 못된 엄마와 아들은 주말 사이에 감기가 제대로, 확실하게 걸린
모양인데 그걸 그날 밤 저와 아내에게 아낌 없이 나눠주고 간 겁니다. 평소 먹을 것은 절대 나눠주지 않던 녀석이 그날따라 지가 먹던 과자를 저한테도
먹으라며 제 입에 대주곤 했습니다. 그냥 먹는 시늉만 하면 고개를 가로젓고 확실히 잘라 먹는 소리가
나야 만족하곤 했습니다. 그것도 꽤 여러 번에 걸쳐서…. 딸아이와 에이든이 두 시간 남짓 놀다가 돌아간 후 아내와 저는 목이 칼칼, 코가 시큰,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좀 덜한데 아내는 그야말로 된통 걸렸습니다. “이 나쁜 녀석, 우리 애기한테
감기를 옮겨놓다니… 다시 오면 엉덩이를 때려줘야겠다”고 했지만
목요일 낮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에이든을 보는 순간 저는 저도 모르게 녀석의 뺨에 계속 쪽쪽대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딸아이가 완전 무장한 에이든 사진을 카톡으로 한 장 보내왔습니다. 집안이 춥다고 두툼한 점퍼에 모자까지 쓰고 이불을 어깨까지 덮고 찍은 사진인데 일면 안쓰러우면서도 그렇게 귀엽고
예뻐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못 말리는 에이든 사랑입니다. 그나저나
우리 식구 모두 얼른 감기와 쿨한 작별을 고해야겠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