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하하, 저거 틀렸다. 어, 어, 이것도! 이것도!”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무심코 벽에 붙어있는, 또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메뉴를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제법 나옵니다. 주로 틀리는 게 ‘김치찌개’를 ‘김치찌게’로 쓰는
경우와 ‘육개장’을 ‘육계장’으로 표기하는 경우입니다. 그 밖에도 ‘떡볶이’를 ‘떡볶기’로 ‘낙지볶음’을 ‘낚지볶음’으로 잘못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굳이 잡아내는 건 어쩌면 일종의 직업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뜸했었지. 웬일일까 궁금했었지. 혹시 병이 났을까 너무 답답했었지. 안절부절 했었지…’ 1978년에 발표된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여기에서도 ‘안절부절 했었지’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안절부절 하다’는 ‘안절부절 못하다’의
잘못입니다. 이 밖에도 ‘칠칠치 못하다’를 ‘칠칠맞다’로 잘못
쓰는 경우도 흔하고, 남을 너무 존중하다 보니 ‘제가 아는
분’이라는 말을 ‘제가 아시는 분’이라고 잘못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웃지 못할 잘못 된 표현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당신네 회사 백광현 이사와 우리 회사 조승우 이사가 막연한 사이니까 잘 좀 부탁합시다.’ 여기에서 ‘막연한 사이’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별 볼일 없는 사이를 의미합니다. ‘막연한 사이’는 ‘막역(莫逆)한 사이’의 잘못입니다. 양쪽 회사 이사들이 ‘허물 없이 아주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잘 봐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텐데 순식간에 양쪽 이사를 별 볼 일 없는 사이로 만들어 버린 겁니다.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자금 12억원을
편법으로 증여 받은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은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서면진술과 시형씨의 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이다.’ 최근 한국의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정확한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반면 이런 기사도 있습니다. ‘세계정상들이 모인 2012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 배우자들은
영부인 김윤옥 여사를 중심으로 만찬과 오찬,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26일 영부인 김윤옥 여사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영부인(令夫人)’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채스우드에 사는 수지 엄마도 영부인이고 리드컴에
사는 지은이 엄마도, 에핑에 사는 은혁이 엄마도 영부인이라 불릴 수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 부인을 높여 부를
때도 영부인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부인이 곧 영부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일부 무식한(?) 또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마치 영부인이 대통령 부인만을 일컫는 것처럼 영부인을 남발합니다.
일부 포탈사이트는 김윤옥씨를 소개하는데 아예 ‘김윤옥 영부인’이라 표기 해놓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용법으로 남의 아들을 높여 이르는 말로 ‘영식(令息)’이 있고 남의 딸을 높여 이르는 말로 ‘영애(令愛)’가 있습니다. 이스트우드에 사는 시경이도 영식이라 불릴 수 있고 캠시에 사는 정현이도 영애라 불릴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걸 꼭 대통령의 아들이나 딸한테만 쓸 수 있는 표현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영부인, 영식, 영애에
‘영’자가 붙어있어 헷갈리는 걸까요? 더군다나 대통령 부인이 박물관에서 만찬을 가져 유물손상 논란을 가져왔다는
기사에서 굳이 ‘영부인 김윤옥 여사’라는 표현을 써야 했을까요? 그럼에도 그 표현을 쓰고 싶었다면 뜬금없이 영부인이라 할 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라 해야 옳았습니다. ‘영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