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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판사, 의사, 재벌, 기자… #5552022-07-23 17:28

판사, 의사, 재벌, 기자

 

‘5분 언니예진이가 거침없이 뿅망치를 집어 들었습니다. 처음엔 웬 망치?” 하고 의아해 했지만 그게 판사들이 판결을 내릴 때 땅!!! 내려치는 판결 봉(?)쯤 되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예진이는 커서 판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5분 동생예슬이는 긴 돌잔치가 지루했던지 아니면 주인공으로서의 활동이 곤했던지 할머니 품에 안겨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런 예슬이를 대신해 다시 예진이가 손을 뻗었습니다. 그리고는 청진기를 잡았습니다. 동생은 의사가 되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예진이와 예슬이는 각각 유능한 판사훌륭한 의사로 성장하기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을 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예쁜 쌍둥이 자매의 행복한 돌 잔치가 있었습니다. 아기를 낳기 전 엄마가 <코리아 타운> 가족으로 함께 일했던 덕에 우리도 그 소중한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의 다정다감한 성격처럼 엄마와 아빠는 두 아이의 예쁜 모습을 담은 여러 개의 액자와 앨범을 입구 쪽에 비치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돌잡이순서가 끝난 후에는 예진이와 예슬이가 뭘 집어 들지를 정확히 예측한 두 사람에게 예쁜 선물을 줬고, 집으로 돌아가는 하객들 모두에게는 두 아이의 이름이 수놓아진 예쁜 수건을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평소의 성격과 일 처리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천사처럼 예쁜 두 아이의 모습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예진이 예슬이 엄마 아빠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엄마는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동안 <코리아 타운> 광고주들은 물론, 동료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업무처리와 친절함으로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아기를, 더군다나 쌍둥이를 낳은 탓에 더 이상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돼 아쉬움이 컸는데, 회사를 떠난 후에도 그 부부는 두 아이를 데리고 가끔씩 회사나 우리 집으로 놀러 오곤 합니다.

 

저의 생일을 기억했다가 축하전화도 잊지 않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코리아 타운> 광고주들이나 회사 동료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의 그 같은 세심함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를 이끌어 오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회사에 오래오래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새삼 가져봤습니다.

 

그날 돌잔치에는 우리 아이들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어느새 스물 여섯과 스물 넷이 돼버린, 이제는 징그러워진(?) 두 아이를 보면서 잠시 옛날 생각에 젖어봤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돌잔치를 할 때 아내와 저도 예진이 예슬이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아내는 두 아이 모두 집에서 돌잔치를 했던 탓에 시어머니와 함께 음식 만들어 내고 손님 치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26년 전, 아들녀석은 돌잡이 순서에서 을 집어 들었습니다. 장차 크게 돈을 벌 모양입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도 생각하고 배려하는 현명한 부자가 되리라 믿습니다.

 

24년 전, 딸아이는 연필을 집어 들었습니다. 아빠의 뒤를 이어 좋은 기자가 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밝음을 전하는 참된 글쟁이가 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제 주변에서는 유능한 판사, 훌륭한 의사, 현명한 재벌, 그리고 참된 기자가 한 명씩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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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