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칠은 아무나 하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식구들이
총동원 돼 이틀에 걸쳐 밤 늦게까지 열심히 페인트 칠을 했습니다. 조심을 한다고 했지만 옷에도 페인트가
묻고 벽에도 유리창에도 군데군데 페인트 자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전문가의 손을 빌렸으면 훨씬 빠른 시간 안에 훨씬 예쁘게 칠해졌을 겁니다. 사실은 페인트를 구입하는 단계에서부터 진땀을 흘렸습니다. 사전 정보를 충분히(?) 얻어 가지고 Bunnings Warehouse에 갔는데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처음 가서는 1리터짜리 흰색
페인트 한 통만 달랑 사 갖고 왔습니다. 여러 개의 문틀과 창틀, 그리고
문까지 칠해야 하는데 겨우 1리터짜리라니… 원하는 색의 페인트를
그곳에서 배합해 갖고 와야 했지만 그것도 몰랐고, 페인트 칠을 하기 전 언더코트를 먼저 써야 했는데
그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틀 동안 “아이구 허리야, 아이구 팔이야” 하면서 페인트 칠을 했더니 어둠침침한 색깔이었던
창틀이며 문틀, 그리고 문들이 화사한 소라색 (연한 하늘색)으로 바뀌었고 집안 전체가 화사한 느낌을 줬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랬지만 새로 이사할 집도 지은 지 수십 년 된 집이어서
거실 벽을 트고, 키친을 바꾸고, 빌트인을 만들어 넣고, 가라지를 짓고… 3주에 걸쳐 리노베이션을 했습니다. 속된 말로 ‘죽었다 깨어나도
우리가 할 수 없는 분야’는 어쩔 수 없이 전문가의 손길을 빌렸지만,
페인트 칠과 정원 정리는 우리가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비용도 절감하고 우리 손으로 집을
예쁘게 꾸민다는 마음으로…. <코리아 타운> 사람들은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프린트나 복사를 할 때 외부로 나가는 문서 외에는 이면지 사용을 생활화
하고 있고, 전화나 Fax, 전기 사용에 있어서도 늘 절약을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그 같은 원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아낄 수 있는 건 아끼고, 꼭
써야 할 건 써야 한다”는 게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제가 갖고 있는 원칙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은 돈이 많건 적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실제로 저는 1불, 아니 몇 십 센트짜리라도 필요치 않은 것이면 ‘No’라고 합니다. 반면 꼭 필요한 거라면 몇 백불 또는 몇 천불이 들어도 집행을 합니다. 4년 전 <코리아 타운>을 인수할 때 꼭 필요한 컴퓨터들을 최신 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여유롭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모니터를
전부 LCD로 바꿨습니다. 시력 보호와 업무능률 향상을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달에는 버벅대는(?) 컴퓨터
3 대를 새 걸로 교체했는데, 컴퓨터회사 사장님이 “코리아 타운 컴퓨터 시스템이 신문, 잡지사들 중에는 가장 최신 기종들인
거 아세요? 하고 웃으셨습니다. “사장님, 돈 없다면서 회사 냉장고랑
정수기는 왜 새로 바꾸셨어요?” 연초에 받은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꼭 필요한 거니까.” 아낄 수 있는 건 아끼고, 써야
할 건 쓰는 것…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아낄 수 있는 것들은 아끼면서 꼭 들여야 할 돈은 들인 우리의 이스트우드
새 집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드디어 내일, 한결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우리 식구들을 맞이합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