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기의 달인?! 조용한 사무실 안… 갑자기 이윤지
기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용건 부장과 마주 앉아 있기를 10분 여… 큰 소리 한 번 안 났지만 김 부장은 그렇게 이윤지 기자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김 부장에게 불려간 장윤정 기자도 예외 없이 훌쩍이는 소리를 냈고
이수근, 오상진 기자는 얼굴이 벌개져서 자리로 돌아 갔습니다. “이윤지씨, 당신은 기자 자질이
없어… 더 늦기 전에 다른 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혼자서
바보 되면 몰라도 이런 식으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상황이라면 알아서 다른 일 찾아봐야 하지 않겠어?
정말 심각하게 잘 생각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김용건 부장의 화내는 특징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말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아주 나직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는 절대로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그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는 본의 아니게 그의 곁에 바짝 다가 앉아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으로 느껴집니다. 또 하나 그의 특징은 표정이나 목소리 억양에 변화 없이, 마치 직선을 그어 나가듯 똑 같은 톤으로 일관한다는 점입니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으면 좋겠어요. 기분 나쁘리만치 이성적이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래 대니… 게다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처럼 파고드니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요. 김용건 부장, 정말 재수 없습니다.” 그에게 당한(?) 기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자기 새끼들을(?) 완전히
죽여놓고 그는 유유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남겨진 기자들은 자기들끼리 씩씩대기도 하고 훌쩍거리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가 나면 얼굴이 벌개져서 소리를 지르거나 뭔가를 집어
던지거나 하는데… 김용건 부장은 제가 봐온 ‘가장 무섭게
화내는 사람’ 1위입니다. 저의 데스크 시절… 저는 운이
좋아서였는지 기자들이 제 얘기를 잘 따라줘 화를 낼 이유가 많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화가
날 때가 있긴 했습니다. 그 도가 약할 때는 앞의 김용건 부장보다는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화난 감정을
표출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화가 많이 났을 경우 제가 쓰는 못된(?)
방법은 ‘입을 닫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말 수가 적어지면 기자들은 이내 긴장상태로 들어갔습니다. 수석기자가 슬그머니 ‘해골 그림’을
벽에 붙입니다. “저 인간, 돌았다!”는 일종의 경고 표시였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쯤 지나면 모든 문제들이
깨끗이 해결돼 있곤 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는 대신 아무 말도 안 해버리는 저를 향해 기자들도 분명
‘재수 없다’고 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화가 날 때 어떻게 하십니까?
앞의 김용건 부장처럼 표정도 목소리 톤도 변하지 않고 상대의 눈물을 빼거나, 아예 입을
닫고 상대를 무시해버리는 저보다는 차라리 소리 지르고 화난 표시를 내는 게 서로의 건강을 위해 좋을 듯싶습니다만….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