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스트레스 5종 세트?!’ 일주일 후 #7952022-07-23 21:33

스트레스 5종 세트?!’ 일주일 후

 

김 사장님 칼럼 많이들 보는데 좀 나아지거나 그러진 않았나요?” 지난주에 제가 스트레스 5종 세트?!’라는 제목의 글을 썼더니 몇몇 분들이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제 글을 안 보는 건지 아니면 시간이 좀더 필요한 건지 아직 변화는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그곳에 안 가는 겁니다. 사람이 좀 적으면 낚싯대를 45도 이상으로 꺾어 던지는 사람이나 줄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의 수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들과 이웃하게 되면 무조건 그들이 걷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대여섯 걸음 뒤로 물러서서 담배 피는 배려가 없으면 우리가 그만큼 뒤로 갈 겁니다. 뿡뿡 소리와 꺽꺽 소리가 날 때도 우리가 그 자리를 피하면 될 겁니다. 변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무의미한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하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는 영 대책이 안 섭니다. 우리가 그 많은 쓰레기들을 매일 챙겨올 수도 없고 쓰레기를 가져가라고 대놓고 얘기할 수도 없고….

 

지난 일요일 오후, 여섯 시가 넘어 도착한 아쿠나베이는 역시나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다행이 끼어들 자리가 있긴 했지만 아내와 둘이 나란히 앉기에는 넉넉지가 않아 우리는 중국인남자를 가운데에 두고 양 옆으로 나눠 앉았습니다.

 

그 남자는 낚싯대 한 대는 가라앉혀 놨고 또 한 대로는 갈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다 먹고 난 대형 컵라면 용기 (다행이 한국제품이 아니었습니다)와 뚜껑, 일회용 NESCAFE 커피믹스 빈 봉지 두 개, 빈 생수통 세 개, 빈 음료수캔 한 개, 플라스틱 포크 겸 숟가락 한 개….

 

밤 열 시쯤 우리가 자리를 정리할 때도 그 남자는 낚시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걸 치우고 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쓰레기를 좀 치우라든지 집에 갈 때 갖고 가라는 얘기를 할 용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제 왼쪽에서 낚시를 하던 한국인부부 두 쌍은 우리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섰는데 커다란 비닐봉투 두 개에 쓰레기를 모두 담고 주변 정리까지 깔끔하게 했습니다.

 

스트레스 5종 세트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 혹은 포기를 해서인지 우리는 편안하고 여유롭게 낚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따라 갈치는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아 모두들 공을 치고 있는 가운데 아내가 47센티미터짜리 커다란 테일러를 한 마리 잡아 올려 적막을 깨트렸습니다.

 

그리고 얼마쯤 지나 제 낚싯대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잠시 동안의 씨름(?)끝에 녀석을 낚아채기에 성공했는데 심상치 않은 느낌이 전해왔습니다.

 

한참 동안의 실랑이 끝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예사롭지 않은 덩치를 가진 민어였습니다. 그냥 들어올리기는 무리라는 판단에 아내가 녀석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낚싯줄 채로 콘크리트 벽에 바짝 붙여놓고 시간을 버는 동안 저는 부랴부랴 뜰채를 조립했습니다.

 

이윽고 뜰채에 담겨 힘겹게 올려진 녀석을 향해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플래시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쿠나베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키 77센티미터, 몸무게 5.2킬로그램짜리 민어는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역시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욕심도 내지 않아야 몸도 마음도 편하고 물고기도 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스트레스 5종 세트의 주인공들은 언제쯤에나 나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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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