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디포짓 본드’에 관한 추억?! #7472022-07-23 21:07

디포짓 본드에 관한 추억?!

 

완벽하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한테 렌트를 줘왔지만 당신네가 가장 깨끗하게 사용했다.” 이 같은 찬사와(?) 함께 우리는 5 40불을 모두 돌려 받았습니다.

 

20033, 우리는 1년 반 정도 살던 집에서 이사를 나왔고 어떻게든(?) 깎이게 된다는 공포의 디포짓 본드를 단 1불도 안 뺏기고 다 챙겼습니다.

 

우리가 살던 첫 번째 집은 BIG W가 있는 캠시센터 근처의 쓰리 베드룸 하우스였는데 집주인이 직접 렌트관리를 했습니다. 투자용 부동산 세 개를 갖고 있던 그는 레바논 사람이었고 2주에 한 번씩 직접 렌트비를 받으러 오면서 집 상태를 꼼꼼히 살피곤 했습니다.

 

당시 어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여유롭지가 않아, 주에 50불씩을 더 내고서라도 좀 더 나은 집으로 옮기기 위해 이사를 결정한 건데 집주인에게 노티스를 내고부터 우리는, 특히 아내는 부쩍 바빠졌습니다.

 

작은 흠이라도 생겼거나 조금만 지저분해도 디포짓 본드를 깎이게 된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따라 우리는 집안을 깨끗하게, 최대한 원래 모습대로 만들어놓기 위해 몇 날 며칠 동안 애를 썼습니다.

 

아무리 조심해서 깨끗하게 사용하려 해도 이른바 생활기스는 나게 마련이고 잘 안 보이는 곳에는 이런저런 더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아내는 희한하게도 집안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깨끗하게 만들어놨습니다. 씽크대 위쪽까지 의자를 놓고 올라가 청결상태를 살피던 집주인이 혀를 내두를 만 했습니다.

 

두 번째 집에서 2 10개월을 살다가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집이어서 그랬는지 아내는 더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중국가게에서 무슨 약품 같은 걸 사서는 벽에 묻어 있는 지저분한 것들과 문에 나 있는 작은 자국들까지를 말끔히 제거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우리는 렌트관리를 하던 부동산회사로부터 이번에도 단 1불도 깎이지 않은 2주치 디포짓 본드 6 40불을 모두 돌려 받았습니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우리는 두 번의 렌트를 살면서 단 한 번도, 1불도 디포짓 본드를 깎이지 않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워낙 정리정돈을 생활화하고 집안 가꾸기를 좋아하는 성격인 탓도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단돈 1불도 소중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기야, 나 목말라.” 제가 차에 기름을 넣는 동안 아내는 이렇게 말하며 숍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아내는 빈 손으로 서 있었습니다.

 

갑자기 목이 안 말라졌다는 게 아내의 대답이었습니다. 시티 근처 어딘가에 볼 일이 있어 가는 길이었는데 아내는 일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아내는 당시 주유소에서 파는 생수 한 병에 거금’ 2 50불이나 하는 걸 보고는 기겁을 하며 생수병을 다시 내려놨던 겁니다. 단 돈 1불도 소중한 상황에 그깟 물 한 병에 2 50이라니….

 

메디케어를 갖지 못했던 시절, 어쩌다 병원에라도 한번 갈라치면 50불 가까운 돈을 내야 했습니다. “영주권 받을 때까지는 감기 걸릴 자격도 없어!” 농담 삼아 이렇게 이야기하며 우리 식구는 5 50불짜리 월남국수에 월남고추를 듬뿍 넣어 감기를 쫓곤 했습니다.

 

2주 전, 플레밍턴마켓에서 4불을 주고 선뜻트롤리를 빌리면서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트롤리 빌리는 3불이 아까워서 한국에서 쓰던 작은 핸드 캐리어에 물건을 실어 차까지 꽤 여러 번 오갔던 기억이 새삼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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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