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2인자의 꿈은… #7122022-07-23 19:13

2인자의 꿈은

 

입안의 혀처럼 굴어야 한다.’ 이 대목이 저의 꿈, 2인자가 되겠다는 저의 꿈을 완전히 접도록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저에게는 ‘1인자의 입안에 들어 있는 혀처럼 굴 수 있는덕목이 들어 있지를 않았습니다.

 

김태선, 그 친구 말이야. 실력도 있고 사람도 좋은데 왠지 마음에 안 들어…” 높은 사람들이 저를 두고 종종 내뱉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보다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저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 그리고 저보다 아래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저를 좋아했던 것에 비하면 참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본래 저는 앞장서서 일을 만들고 직접 이끌어나가기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힘을 더해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입니다. 업무추진 스타일상 2인자가 맞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성격만으로는 2인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입안의 혀는 더더군다나 아닌 데다가 옳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옳지 않다고 얘기했으니 윗사람들은 저의 그 같은 태도가 마음에 안 들고 못마땅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시 김 부장님은 수백 명의 우리 회사 사람들 중 분명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한 인재였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장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김 부장님을 마음에 안 들어 했습니다.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지요.”

 

몇 년 전, 한국에서 옛날 직장동료와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찮게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사장의 친 조카였던 그는 아무래도 사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을 터입니다.

 

자기는 자기 위에 누가 있으면 안 돼.” 아주 오래 전부터 아내가 저한테 반 농담, 반 진담으로 했던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저한테는 저보다 윗사람이 있거나 최소한 동등한 위치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8년 전 <코리아타운> 인수 초기에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겪고 있을 때 몇 군데에서 투자를 자청해왔지만 아내는 한사코 저를 말렸습니다. “나는 자기 능력을 믿어. 투자 받지 말고 조금만 더 헤쳐 나가봐.”

 

그리고 얼마 안가 아내는 저에게 조용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거봐. 내 말 듣길 잘했지?”

 

2인자제가 원했던 2인자의 모습은 뛰어난 실력과 직언 (直言)을 통해 소리 없이 1인자를 보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햇병아리 시절부터의 저를 쭉 돌이켜봐도 저는 결코 윗사람들에게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성격을 가진 저에게 2인자의 꿈은 애초부터 언감생심, 말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사장주재 간부회의에서 사장 의견에 대놓고 반박하거나 사장과의 독대에서도 사장님이 틀리셨습니다라든가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라고 대드는 부하직원을 좋아할 사장은 이 세상에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발전하고 다음 세대가 더 건강하기 위해서는 윗사람들, 앞선 세대들이 행했던 잘못들을 따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찌감치 2인자의 꿈을 접었던 저는 선배들의 잘못 된 점, 윗사람들의 나쁜 점들을 피해 가기 위한 노력들을 나름대로 꾸준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사람인지라 혹여 저에게서 비롯될 수도 있는 나쁜 점, 잘못된 점을 우리의 후배, 다음 세대들이 바로 잡고 개선해줄 것을 늘 소망하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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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