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꿈은… ‘입안의 혀처럼 굴어야 한다.’ 이
대목이 저의 꿈, 2인자가 되겠다는 저의 꿈을 완전히 접도록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저에게는 ‘1인자의 입안에 들어 있는 혀처럼 굴 수 있는’ 덕목이 들어 있지를 않았습니다. “김태선, 그 친구 말이야. 실력도 있고 사람도 좋은데 왠지 마음에 안 들어…” 높은 사람들이
저를 두고 종종 내뱉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보다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저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 그리고 저보다 아래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저를 좋아했던 것에 비하면 참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본래 저는 앞장서서 일을 만들고 직접 이끌어나가기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힘을
더해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입니다. 업무추진 스타일상 2인자가
맞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성격만으로는 2인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입안의 혀’는 더더군다나 아닌 데다가
옳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옳지 않다’고
얘기했으니 윗사람들은 저의 그 같은 태도가 마음에 안 들고 못마땅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시 김 부장님은 수백 명의 우리 회사 사람들 중 분명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한 인재였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장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김 부장님을 마음에
안 들어 했습니다.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지요.” 몇 년 전, 한국에서 옛날 직장동료와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찮게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사장의 친 조카였던 그는 아무래도 사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을 터입니다. “자기는 자기 위에 누가 있으면 안 돼.”
아주 오래 전부터 아내가 저한테 반 농담, 반 진담으로 했던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저한테는 저보다 윗사람이 있거나 최소한 동등한 위치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8년 전 <코리아타운> 인수 초기에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겪고 있을 때 몇 군데에서 투자를 자청해왔지만 아내는 한사코 저를 말렸습니다. “나는 자기 능력을 믿어. 투자 받지 말고 조금만 더 헤쳐 나가봐.” 그리고 얼마 안가 아내는 저에게 조용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거봐. 내 말 듣길 잘했지?” 2인자… 제가 원했던 2인자의 모습은 ‘뛰어난 실력과 직언 (直言)을 통해 소리 없이 1인자를
보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햇병아리 시절부터의 저를
쭉 돌이켜봐도 저는 결코 윗사람들에게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성격을 가진 저에게 2인자의 꿈은 애초부터 언감생심, 말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사장주재 간부회의에서
사장 의견에 대놓고 반박하거나 사장과의 독대에서도 “사장님이 틀리셨습니다”라든가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라고
대드는 부하직원을 좋아할 사장은 이 세상에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발전하고 다음 세대가 더 건강하기 위해서는 윗사람들, 앞선 세대들이 행했던 잘못들을 따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찌감치 2인자의 꿈을 접었던 저는 선배들의 잘못 된 점, 윗사람들의 나쁜
점들을 피해 가기 위한 노력들을 나름대로 꾸준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사람인지라 혹여 저에게서 비롯될 수도 있는 나쁜 점, 잘못된 점을 우리의 후배, 다음 세대들이 바로 잡고 개선해줄 것을
늘 소망하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