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하나, 둘, 셋… 열 아홉, 스물. 와! 스무 마리다!” #4282022-07-23 15:47

하나, , 열 아홉, 스물. ! 스무 마리다!”

 

그랬습니다. 통 안에는 어른 팔뚝만한 고등어 열 다섯 마리와 테일러 다섯 마리 등 총 스무 마리의 물고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사이즈가 작아서 놓아준 네 마리까지를 더 하면 그날 우리는 총 스물 네 마리의 물고기를 잡은 셈입니다.

 

2006년 여름인가, 한참 잘 나올 때는 일주일에도 며칠씩 낚시를 갔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불과 서너 시간 만에 서른 마리 정도씩은 가뿐히 담아 왔고, 최대 서른 일곱 마리까지도 잡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호주에 와서 갖게 된 유일한(?) 취미가 낚시입니다. 한국에서야 새벽에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오는 생활의 연속이었고 어쩌다가 골프나 낚시 제의가 들어와도 에이, 귀찮게그냥 술이나 한 잔 합시다!”로 일관하다 보니 특별한 취미를 가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시드니에 온지 한 2년쯤 됐을 때 우리는 한 지인의 권유로 낚시를 따라 나서게 됐습니다. 아내나 저나 새로 배우는 건 무지 좋아하는 성격이라 열심히 낚시에 빠져 들었습니다. 한 동안은 왓슨스베이, 릴리필리, 리틀베이, 라페로즈, 웨일비치, 클립튼가든, 보타니베이 등 여러 곳을 따라 다녔습니다.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아내가 저보다 낚시를 더 잘 합니다. 집중력이 뛰어나고 예민하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실제로 아내는 웨일비치에서 엄청 큰 연어와 브림도 여러 마리 잡았고, 리틀베이에서는 무지 크고 뚱뚱한 식용상어를 세 마리나 잡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아내와 제가 즐겨 찾는 곳은 시티 모스만의 클립튼가든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밤 고등어와 테일러 스무 마리를 낚아온 곳도 그곳이었습니다. 진짜 낚시꾼들은 낚시하는 맛 안 난다라고들 하시지만 우리 부부는 그곳에만 갑니다.

 

아내와 저는 낚시를 갈 때마다 항상 의자 두 개를 챙깁니다. Wharf에서의 낚시인만큼 입질이 한가할 때면 낚싯대를 드리우고 의자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가끔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별 속에 푹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그런 여유로운 시간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을 헤치고 끊임 없이 담배연기를 뿜어대는 사람들, 우리 쪽 자리가 잘 잡힌다는 생각에서인지 심하게 비집고 들어와 결국은 낚싯줄을 엉키게 만드는 사람들…. 뭐라 말은 못 하지만 짜증이 심하게 납니다.

 

아내와 저는 낚시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어떠한 경우든 지나친 욕심 즉, 더 큰 물고기, 더 많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지 않는 것과 규정에 못 미치는 작은 사이즈의 물고기들은 반드시 놓아주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물고기까지 다 쓸어가는 외국사람들은 우리가 꽤 쓸만한 사이즈의 물고기를 놓아주는 걸 보면서 몹시 아까워합니다. 하지만 아내와 저는 한 마리도 못 담고 빈 통으로 돌아 오는 날에도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에 행복을 느낍니다.

 

남에게 불편함이나 해를 주지 않고 어떠한 경우든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아내와 제가 낚시를 통해 늘 다짐하는 명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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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