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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미친 듯이 먹고, 미친 듯이 쇼핑하고?! #4232022-07-23 15:41

미친 듯이 먹고, 미친 듯이 쇼핑하고?!

 

연말연시 2주 동안 <코리아 타운>이 발행되지 않는 틈을 타(?) 가족들과 함께 한국 나들이를 했습니다. 2001년 9월 13 아침, 시드니에 왔으니 6 3개월 남짓 만에 갖는 첫 고국 나들이었습니다.

 

한국 갔더니 어때?” 라는 질문에 저는 미친 듯이 먹고, 미친 듯이 쇼핑 했다고 장난스레 대답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식구는 한국에 있는 동안 이곳 시드니에서는 먹기 힘든 음식먹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산낙지, 멍게, 해삼, 농어회, 광어회, 우럭, 키조개, 굴보쌈, 그리고 길거리에서 먹는 오뎅, 떡볶이, 홍합탕, 번데기, 핫도그, 국화빵이런 것들을 그야말로 미친 듯이(?) 먹었습니다.

 

시드니와는 계절이 정반대인 한국 인천공항에 내릴 때, 우리 가족은 모두 반팔 티셔츠 차림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는 동대문 두타, 밀리오레, 평화시장 등을 돌며 겨울 옷들을 사 입었습니다.

 

호주에 비하면 많이 예쁘고, 많이 싸고, 많이 질 좋은 한국 옷들이 저를 나이에 걸맞지 않게(?) 변신시켜, 후배들로부터 스타일리쉬 하다라는 극찬을(?) 받도록 만들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즐거움은 참으로 많았습니다. 몇 년 만에 본다고 만사를 제치고 달려온 친척들, 친구들, 동료들, 선배들, 후배들…. 그건 골라 먹는 맛, 골라 입는 맛보다 훨씬 더 가슴 뭉클한 것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때의 단짝친구 한 녀석은 제 손을 잡은 채 놓을 줄 모르고 눈물까지 글썽거렸습니다. 어디에 살든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들만의 정그 정을 듬뿍 담아 왔습니다.

 

눈 구경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시드니에 살다 보니 함박눈 생각이 많이 나곤 했는데, 한국에 있는 동안 눈에 파묻혀 지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별로였는데 지방에 내려갔다가 보기 드물게 40센티미터나 쌓인 함박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눈사람도 만들어 봤고, 눈싸움을 하며 처마 밑 고드름 행렬에 반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2주 일정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지나버렸습니다. 못 만난 사람이 더 많았고, 못 먹어본 음식이 더 많았고, 못 가본 곳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이 행복했습니다. 이민생활 6년여 만에 처음 갖는 여행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충전한 것 같습니다.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올 한 해에도 많은 분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코리아 타운> 만들기에 열심으로 뛰겠습니다.

 

한국에서 미친 듯이 먹고 미친 듯이 쇼핑하던 기분으로 더 좋은 <코리아 타운> 만드는 일에 미친 듯이몰두해볼 생각입니다.

 

<코리아 타운> 애독자님들, 광고주님들께도 언제나 밝고 활기찬, 그리고 풍요롭고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들이 계속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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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1956년 생. <코리아 타운> 대표.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