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내가 누군지 알아?” #4062022-07-23 15:32

내가 누군지 알아?”

 

저기, 아저씨! 이것 좀 저쪽에다 옮겨주세요.”

, !”

아저씨, 저 옷 가방 들고 저 좀 따라 오세요.”

, 알겠습니다!”

 

어이구! 우리 부장 또 사고 친다.”

한 켠에서 여 기자 셋이 키득댑니다. “저 코디 언니 나중에 어쩌려구 우리 부장 저렇게 부려 먹는대?”

 

여성지는 늘 이런저런 화보 촬영이 많습니다. 책으로 인쇄 돼서 나오는 페이지는 얼마 안 될지라도 화보 촬영을 위해 움직이는 스탭들의 수는 늘 열 댓 명 또는 그 이상이 되곤 합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패션 화보 촬영이 있었고 저도 오랜만에 촬영 현장에 동행을 했습니다. 그 날 촬영이 좀 비중 있는 것이라서 평소보다 많은 진행 기자, 사진 기자, 협찬사 직원들, 모델 일행 등으로 촬영 현장은 무척 북적거렸습니다.

 

그런데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키 큰 아저씨가 그 코디네이터에게는 운전기사 정도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아니 제가 처음부터 조명기구도 나르고 무거운 가방도 옮기며 여기저기 뛰어다녔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머, 언니! 부장님한테 무슨 짓이야? 아유, 부장님 죄송해요. 언니가 저랑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순간 저를 막 부리던(?) 코디네이터의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아니에요. 도연씨. 누가 하면 어때요? 다 우리 일인데. 코디님, 앞으로도 자주 애용해 주세요. 근데 도연씨, 생각보다 옷 잘 어울리네요. 처음에 모델 섭외 잘 못했다고 윤 기자한테 내가 엄청 지랄 떨었는데 막상 입어보니 잘 받네요.”

어머부장님, 죽어요!” 촬영장은 한바탕 웃음으로 넘쳐났습니다.

 

제가 워낙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했습니다. 때론 새카만 후배 기자들이 부장 앞에서 담배 피고 편하게 농담하는 걸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늘 질서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그런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장 바꿔! 내가 누군지 알아?” 괜스레 어깨에 힘 주고 아무한테나 반말하고 아랫사람 대하듯 함부로 하는…. 그런 분들은 또 대부분 자기보다 높은 사람한테는 속된 표현으로 껌뻑 죽는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했습니다.

 

늘 생각하지만, 권위는 자신이 세우는 게 아니라 남이 세워주는 것이라 봅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며 매사에 솔선수범할 때 진정한 권위는 완성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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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