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아저씨… 저, 차 좀 태워주시면 안돼요?” #4012022-07-23 15:30

“아저씨… 저, 차 좀 태워주시면 안돼요?

 

“네?

“죄송하지만 저, 차 좀 태워주세요. 아저씨, 어디까지 가세요?

“네, 저는 신도시…”

“아, 잘 됐네요. 그럼, 저 신도시 입구에서 좀 내려 주세요. ?

 

13년 전쯤의 일입니다. 밤 열 한시가 넘은 시각, 급한 일이 생겨 공중전화를 쓰고 막 돌아서는 순간, 웬 여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한적한 길에서 벌어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얼떨결에 차에 태우고 보니 앳된 모습의 여학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데 엄마, 아빠는 오래 전 집을 나갔고 자신은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돈이 없어 며칠 동안 쌀을 못 사고 있다가 같은 반 친구가 쌀 살 돈을 좀 빌려주겠다고 해 찾아갔는데, 일이 어긋나 돈도 못 빌리고 차비가 없어 집까지 걸어 가는 중이라 했습니다. 40분 이상을 걸어 다리도 아프던 차에 길가에 제 차가 서 있는 걸 보고 부탁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도시 입구에서 내리려는 여학생을 그 동네 입구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화려한 신도시 바로 뒤쪽에 그렇게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충격이었습니다.

 

한사코 사양하는 여학생의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며 가서 할머니랑 동생이랑 밥이라도 해서 먹어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절대 모르는 사람한테 차 태워달라는 말 하지 말아요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그 여학생과는 그렇게 헤어졌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30대 중반이 됐을 그 여학생이 그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살고 있는지…. 당시 엄청난 빚 보증 때문에 저 또한 여유가 없어 그 여학생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지난 주말 저녁, 아내와 함께 www.worldvision.com.au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섯 살짜리 과테말라 소녀에 대한 후원을 아내의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1년여 전부터 제 이름으로 여덟 살짜리 우간다 소녀를 후원하고 있는데, 이번에 아내 이름으로 한 명 더 시작한 것입니다.

 

한 달에 43불을 후원하면 한 아이가 먹고, 입고, 공부하며,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는 곧 제 아들과 딸에게도 후원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후원금의 절반 정도는 제가 부담할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힘이 돼준다는 것, 그건 언제부터아니라 지금부터가 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혹시 몰라서 못 하는 분이 계신다면 지금 www.worldvision.com.au을 방문하십시오. 우리의 작은 관심과 후원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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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