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남진과 나훈아는 원수지간? #4302022-07-23 15:47

남진과 나훈아는 원수지간?

 

안녕하세요? XX신문입니다.”

우리 지금 OO일보 보고 있는데요.”

“…이번 기회에 XX신문으로 바꿔 보세요. 지금이 부수확장 특별캠페인 기간이라 6개월 동안 신문도 공짜로 넣어 드리고, 고급 에어컨형 선풍기도 한 대 선물로 드립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XX신문으로 바꾸세요. OO일보 백날 봐봤자 뭐합니까? OO일보 그거 볼 것도 없는데 구독료만 비싸고 선물도 없지 않습니까제가 특별히 1년 동안 공짜로 넣어 드리고 구독료도 100원 더 깎아 드릴 게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국에서 살 때는 신문사마다 경쟁이 붙어 6개월, 심지어는 1년 동안 신문을 무료로 넣어주고 구독료도 깎아주면서 이런저런 선물까지 얹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경쟁이었겠지만, 오랜 기간 동안 무료로 신문을 넣어주고 협정가로 정해져 있는 구독료까지 깎아주면서, 그것도 모자라 경쟁지를 헐뜯기까지 하는 건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신문, 잡지 광고영업을 해봤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당신한테는 낼 거고, 다른 한 두 군데에 더 내려 하는데 어디가 좋겠느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계셨습니다.

 

사장님 상품의 타겟으로 볼 때 A잡지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잡지는 이미지가 좋고 역사도 깊어 주부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고르게 찾는 편입니다. 아울러 사장님 상품은 남성들도 관심이 있을 만 하니 상대적으로 구독률이 높은 B신문도 한 번 고려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코리아 타운>을 인수하기 전 다른 신문, 잡지에서 일할 때도 가급적 경쟁지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려 애썼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당신처럼 다른 신문이나 잡지 욕 안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가끔 코리아 타운은 책을 적게 찍어 구하기도 힘든데 거기에다 광고하지 말고 우리한테 하라고 이야기하는 타사 영업사원들이 있다는 말을 광고주들로부터 듣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진과 나훈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두 사람이 좋은 경쟁자이자 동반자였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깎아 내리고 반목을 일삼았다면 그들의 인기는 훨씬 덜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떤 업종에서든 좋은 라이벌은 결코 원수지간이 될 수 없습니다. 무한경쟁 속에서도 두터운 협조체제를 가질 때 동반상승의 효과가 나오는 법입니다.

 

<코리아 타운>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매주 가장 많은 인쇄비를 지출하고 있는매체입니다. 책 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분들께서 찾으시기 때문이며, 이 같은 현상은 제가 <코리아 타운>을 인수하기 전에 근무하던 다른 회사에서도 똑같이 있었습니다.

 

어떠한 분야에서든 정정당당한 경쟁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경쟁의 도구는 제품의 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승차감이 뛰어나고 안전한 자동차, 화질과 음질이 뛰어난 TV, 읽을거리가 다양하고 디자인이 뛰어난 신문 잡지이들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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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