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왜 이래? 나, 이제 부장이야!” “차장님.” “……” “차장님, 전 차장님!” “……” “아, 참. 부장으로 승진하셨지! 부장님, 전현덕
부장님!” “아… 나 불렀어요?” 그제서야 옆을 돌아봅니다. 바로 곁에서 몇 차례나 불렀지만 ‘차장님’이라고 부를 때는 끝까지 못 들은 체 하던 그가 ‘부장님’ 이라고 부르자 비로소 대답을 하는 겁니다. 얼마 전까지 차장이었던 사람이 부장으로 승진하고 나면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의 호칭에 대해 이처럼 한 동안 ‘헷갈리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인간의 여러 가지 욕구 중 ‘명예욕’이
상당이 위쪽에 있다고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명예나 호칭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위의
전현덕 부장처럼 ‘나는
더 이상 차장이 아니라 부장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사업체를 갖고 있으면서도 ‘회장님’이라고 불러 주지 않으면 대놓고 싫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호칭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저는 ‘김 기자’라는 호칭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회사 내에서나 밖에서나 이렇게 불릴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제가 좋아하는 호칭은 후배 기자들이 ‘김 선배’라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김 차장’까지는 그런 대로 소화할 수 있었지만 부장, 국장으로 불릴 때는 왠지 늙어 보이고 거리감도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좀 별난(?) 탓인지 1989년
기자에서 처음 ‘편집장’ 타이틀이 붙게 될 때 ‘싫다. 그냥 기자 하겠다’고
한 달 동안 회사에 반항한(?) 적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저는 진심으로 기자로 남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저도 꽤 여러 가지 타이틀을 가져봤습니다. 호주에 올 때는 저를
초청한 교민매체에서 쑥스럽게도 저에게 ‘사장’ 타이틀을 줬습니다. 나중에 회사를 두 차례 옮기면서는 부국장, 실장, 국장, 그리고 이사 타이틀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을 인수하면서, 좋든
싫든 다시 사장 타이틀을 달게 됐습니다. 그 무렵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를 ‘김 이사’ 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코리아 타운을 인수하기 직전에 제가 갖고 있던 타이틀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이사님’이라고 부르다가 ‘아, 참. 사장님!’ 이라고 고쳐 부르곤 했습니다. 물론, 저는 위의 전현덕
부장과는 달리 ‘이사님’이라고 부를 때 얼른 대답을 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꼭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코리아 타운 김태선입니다’라고 호칭 없이 제 자신을 밝힙니다. 제 개인 생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나치게 직위를 내세우고 과시하는 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권위도
마찬가지이지만 호칭도 남들이 자연스럽게 불러주고 올려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김태선 1956년 생. <코리아 타운> 대표.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