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요즘 무슨 일 하세요? #4262022-07-23 15:45

요즘 무슨 일 하세요?

 

삐리리릭, 삐리리릭…” 새벽 4 15, 어김 없이 탁상시계 알람이 울립니다. 아내와 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섭니다.

 

집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Woolworths. 부서지고, 깨지고, 쏟아지고잔뜩 어질러진 바닥을 쓸고 닦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부부는 세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왕 하는 거 내 집처럼 깨끗이 하자!”는 생각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청소의 마지막 단계인 폴리싱 머신을 돌리고 나면 바닥이 반짝반짝 예쁘게 빛납니다. 온몸은 땀에 젖어 있지만 마음은 뿌듯합니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집에 오면 곧 바로 샤워를 하고 출근길에 오릅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1년 반 동안 Woolworths 청소를 했습니다. 그 전에 다른 Woolworths Ryde 수영장에서 6개월 동안 청소를 한 저는 총 2, 아내는 1년 반의 청소 경력(?)이 있는 셈입니다.  

 

낮에는 신문, 잡지사에서 일하고 새벽에는 청소를 하는 바쁜 생활. 특히 일주일 내내 하루도 안 쉬고 새벽 청소를 나가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습니다. 잠 좀 푹 자봤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했고 일요일엔 그냥 쉬고 싶은 마음에성당도 종종 빼먹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의 경우에도 한국에서는 기자, 편집국장 타이틀을 갖고 살았고, 아내 또한 사모님소리를 들으며 살았던 터라 생전 처음 해보는청소는 정말이지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민 초기, 청소는 저와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돼줬습니다. 청소의 청 자도 모르는 생 초보를 새벽마다 픽업, 돈까지 줘가며 가르쳐주신 L 사장님. 우리 부부에게 Woolworths 한 군데를 단 한 푼도 안 받고 서브 컨트랙 조건으로 청소하도록 선뜻 내주신 또 다른 L 사장님.

 

그 분들 덕에 저와 아내는 Woolworths 청소를 하며 어려운 시절, 낯선 땅에서 삶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산 덕에 우리 부부는 2004 1월말 청소를 졸업(?)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기졸업(?)을 한 셈입니다.

 

지난 주 일요일, 한 지인의 초대로 아내와 함께 그 분 댁에서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댁 아주머니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 분들은 부부가 8년째 홈 청소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온몸이 아프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내 집도 지니고 자녀들 결혼도 시키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일감도 많이 늘어 성실한 사람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나눠주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는 사람 하나가 오랜만이에요. 그래, 요즘 무슨 일 해요?” 라고 묻길래 남편 하고 홈 청소합니다했더니 왠지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너무너무 속이 상했다고 했습니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서 무슨 일을 하든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나쁜 짓 안 하며 열심히 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참 이해가 안 되면서 섭섭하더라구요라며 속상해 하던 그 분의 이야기가 한참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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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1956년 생. <코리아 타운> 대표.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