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뇌물’에 대한 고백 #4182022-07-23 15:39

뇌물에 대한 고백

 

정화씨, 초콜렛 좋아하죠? 이거…”

어머, 김 기자님. 이거 내가 무지 좋아하는 건데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내가 먹고 싶어 샀는데 정화씨 생각이 나서 하나 더 샀어요.”

김 기자님, 고마워요. 맛 있게 먹을 게요!”

 

미숙씨, 오늘 날씨 무지 덥죠? 이거 먹고 경리부 사람들 파이팅 해요.”

어머? 이거 뭐예요? 아이스크림이네? ! 맛 있겠다. 부장님, 과장님, 희선씨, 민철씨아이스크림 드세요. 김태선 차장님이 사오셨어요.”

김 차장! 우리 부서 사람들이 김 차장 부서 일은 왜 그렇게 먼저 챙기나 했더니 오늘에야 그 비밀을 알았네. (웃음) 하여튼 고마워!”

 

요즘 한국은 비자금이니 뇌물이니 해서 한참 시끄럽습니다. 사실은 저도 뇌물에 관한 한 뗄 수 없는 경험들이 많은 터라, 그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적지 않게 찔림을(?) 느낍니다.

 

저에게는 취재를 나갔다 올 때, 가끔씩은 일부러, 식품점에 가서 초콜렛, 아이스크림, 과자 등 군것질 거리를 사 들고 오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걸 뇌물(?) 삼아 나눠주곤 했습니다.

 

처음부터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갖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고, 그냥 뭘 먹고 싶은데 혼자 먹기에는 그렇고 해서 옆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시작 됐던 버릇입니다. 사실 저는 군것질을 많이 좋아합니다. 담배를 안 피우는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별 뜻 없이 건네주는 초콜렛 하나, 아이스크림 한 개, 과자 한 봉지가 생각보다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비서실 김정화씨에게 가끔 초콜렛이나 껌, 사탕을 건네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고, 사장 결재나 면담이 필요할 경우 사장실 앞에 가서 기다리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자리에 가 계세요. 제가 연락 드릴 게요.” 그리고는 얼마 안 가 비서실에서 인터폰이 옵니다.

 

경리부의 경우에도 저한테나 우리 부서에 지급돼야 할 돈이 있으면 언제나 다른 사람들 것보다 우선 순위로 옵니다. 이왕이면 나를 챙겨주는 사람한테 잘 해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취재처에 갈 때도 가끔씩은 기자 답지 않게(?) 먹을 걸 한 보따리 사 들고 들어 갑니다. 그렇게, 일을 떠나 인간적으로 친해지면서 뜻하지 않은 정보들도 얻곤 했습니다.

 

사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보다는 군것질을 함께 하며, 또는 소주 잔을 기울이며 갖는 자리에서 더 재미 있고 도움 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법입니다.

 

그 버릇은 지금도 남아 있어, 요즘도 가끔씩 식품점에 내려가 아이스크림이니 과자니 음료수니 하는 것들을 사 들고 옵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코리아 타운> 사무실에도 저처럼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렛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조금은 피곤하고 지쳐 갈 때 큰 돈 안 들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스크림 한 개는 시원한 청량제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크지는 않지만 상대를 위한 마음이 담긴 초콜렛 한 개는 수백만 불짜리 뇌물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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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