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새벽 두세 시가 두렵지 않은 이유는… #9122022-07-23 22:43

새벽 두세 시가 두렵지 않은 이유는

 

김 사장님, 여행 자주 다니시네요.” 주변에서 이런 인사를 많이 받은 한 주였습니다. 지난주 코리아타운에 테레사&토니의 껌딱지여행기라는 제목으로 저비스 베이 23일 여행 이야기가 실렸던 덕분입니다.

 

어떤 분들은 김 사장, 맨날 그렇게 놀러만 다니고 일은 언제 해?” 하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시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여행을 다니는 건 그리 많지 않은데도 어디를 가든 거의 예외 없이 코리아타운에 여행기를 넣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는 겁니다.

 

어쩌면 지들끼리 놀러 갔다 온 걸 왜 책에다 낸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아내도 본인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책에 실리는 걸 쑥스러워 하기도 하고 제가 여행을 다녀온 후 몇 날 며칠을 여행기에 매달리는 게 안쓰러워 그만 하기를 권합니다.

 

저도 그때마다 그래, 나도 이제부터는 편하게 여행만 해야지하는 생각을 갖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면 저도 모르게 여행기 쓸 준비를 합니다. 그 이유는 딱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렇게 좋은 곳에 코리아타운 애독자들도 꼭 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하나는 코리아타운에 읽을거리를 하나라도 더하고 싶어서입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 되면서 이제 어지간한 뉴스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나 구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만들어지는 코리아타운이 팩트로그들과 경쟁을 한다는 건 이미 말이 안 되는 게임입니다.

 

이민생활에서 영어라는 놈은 여전히 불편한 상대이기 때문에 코리아타운은 매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동산 등 분야별로 한눈에 볼 수 있는 호주뉴스를 우리 말로 정리해드리고 있습니다. 교민 밀집지역들의 카운슬 소식이나 교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호주 내 크고 작은 행사들을 우리 말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드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단순한 팩트 전달 차원을 넘어서 보다 깊이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매주 일정한 주제를 놓고 특집을 만들어내고 있고 가끔씩 들어가는 저의 여행기나 외부필자에 의한 여행기는 간접여행 효과와 더불어 언젠가 그곳을 찾게 될 때 실용적인 정보가 되려 노력합니다.

 

코리아타운은 이번 주에도 또 하나의 읽을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시드니 한인 502명 대상 2017 한인들의 삶 설문조사가 그것입니다. 워낙 방대한 작업이어서 마지막 정리가 있던 월요일에는 밤을 꼬박 새워야 했습니다.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코리아타운에서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읽을거리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없이 뿌듯했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 아직은 하루 이틀 정도는 밤을 새도 버틸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고마웠습니다.

 

수요일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었던 이선희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그 작은 체구의 어디에서 그런 폭발적인 가창력이 나오는지 그녀는 두 시간 동안 때론 잔잔하게 때론 폭풍우처럼 무대를 휘어잡았습니다.

 

데뷔 33년을 맞은 그녀이지만 3년 전 그 중에 그대를 만나’ (이 곡은 tvN 드라마 도깨비 OST로도 사용됐습니다) 작업 중에는 두문불출, 오로지 그 일에만 매달렸다는 주변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선희씨가 ‘J에게로 우리 앞에 등장한 1984년이 제가 기자생활을 시작한 바로 그 해이기도 합니다. 12년 전인 2005101, 코리아타운을 인수하면서 제가 했던 약속은 가장 많은 분이 가장 먼저 찾는 코리아타운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게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식품점 몇 곳을 기웃거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열 가지쯤 되는 교민매체들 중 가장 많이 놓여졌음에도 가장 빨리 없어지는 코리아타운을 보며 저는 작은 기쁨을 느낍니다. 새벽 두세 시까지, 어떨 때는 밤을 꼬박 새다시피 하며 쏟아 붓는 열정이 아깝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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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