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캥거루와의 만남은… 정말! 있었습니다. 엄마 캥거루의 아기주머니 속에 귀여운 아기 캥거루가 들어있는 걸 사진으로는 여러 번 봐왔지만… 지금 그게 우리 눈앞에 팩트로 펼쳐져 있는 거였습니다. 엄마 품에서 고개만 내밀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녀석은
가끔은 몸을 아기주머니 밖으로 절반쯤 빼내고는 바닥에 있는 풀을 뜯어먹곤 했습니다. 아기 캥거루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맑디맑은 바닷물 속에 들어있는 까만 조약돌과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들을 사진이며 동영상에 담느라
정신줄을 놓고(?) 있는데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제 다리에 머리를 부비부비합니다.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그러더니 나중에는 아예 우리 곁에 작심하고
서서 아기 캥거루와 함께 훌륭한 사진모델까지 돼줬습니다. 잠시의 망설임 끝에 녀석의 등이며 머리를 만져줬더니 녀석이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내친 김에 아기주머니 밖으로
고개를 내놓고 있는 아기 캥거루의 머리도 쓰다듬어줬는데 비단결보다 더 고운 촉감입니다. 아기 캥거루는
아기주머니 속을 들락날락하며 연신 재롱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가 아내의 어깨 위에 내려 앉았습니다. 초록빛이 선명한 앵무새였습니다. 이어 빨간색, 주황색, 초록색… 몇몇 녀석들이 더 아내의 손바닥은 물론, 머리 위에서까지 자리다툼을
합니다. 캥거루 가족도 여전히 아내 곁에서 서성대고 있습니다. 유난히
동물이나 새들이 잘 따르는 아내의 인기는 그곳에서도 여전했습니다. 지난주에 가졌던 2박
3일 저비스베이 여행 마지막 날 아침, Booderee
National Park에서 있었던 동화 같은 현실 속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캥거루와 앵무새에 빠져 한참을 지냈습니다. 13년전, 모든
것이 불안정하기만 했던 이민 초기시절… 우리 네 식구는 지인의 소개로 페블리 비치 (Pebbly Beach)를 찾았습니다. 260킬로미터가 넘는 먼 거리를
네 시간 넘게 달려서 닿았던 그곳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캥거루와 앵무새들을 만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당일치기로 다녀온 바쁜 여행이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늘
예쁘게 남아 있었고 지난해 아이들과 이든 (Eden) 여행을 다녀오면서 일부러 페블리 비치를 다시 찾았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는 그날 그곳에서 멀뚱한 캥거루 몇 마리만 만났을 뿐 앵무새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이번에 캥거루와 앵무새를 만난 곳도 2년 전인가 처음 저비스베이 여행을 했을 때 국립공원 안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지만 정확한 위치를 몰라 허탕을 쳤던 곳입니다. 그랬던 것을 이번에는 고마운 지인 덕분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연초부터 집 리노베이션이며 사무실 이전으로 바빠서 여행은커녕 그 좋아하는 낚시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상태에서 한 해의 3분의 2를 써버렸습니다.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던 차에 ‘우리,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 한번 다녀올까?’로 의기투합된 아내와
저는 저비스베이 여행을 결정했고 막판에 전격 합류한 절친부부와 함께 꿈같은 2박 3일을 지냈습니다. 물고기
운도 따라서 제법 쓸만한 녀석들을 열 마리나 잡았고 바닷물에 씻은 주먹만한 소라 그리고 성게비빔밥의 꿈도 이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희고 고운 모래, 깎아지른 절벽 위의 119살짜리 등대… 전에 다 가본 곳들이었음에도 그 감동은 여전했습니다. 여행은
언제 어디로 가든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집을 떠나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다는 자체에서 또 다른 행복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가성비가 뛰어난 부담 없는 여행에서부터 그 동안 계속 부도를(?) 내온 유럽 여행, 캐나다 여행,
미국 여행… 열심히 숙제를 해야겠습니다. 앵무새와
캥거루 속에 섞여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아내의 모습이 저를 더 바쁘게 만듭니다. ********************************************************************** 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