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영원한 넘버원? #8942022-07-23 22:34

영원한 넘버원?!

 

정말 에이든이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오면 집에 안 가려고 해요?” 제가 지난주에 또 다시 녀석 이야기를 한바탕 쏟아놓자 가까운 지인들이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그 속에는 설마…’ 하는 마음도 어느 정도 들어 있었을 터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지 엄마와 할머니가 오랜만에 나란히 미용실에 앉아 머리 손질을 하는 동안 (저는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아 종종 그렇게 하라고 부추기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 에이든은 저와 함께 분주한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둘은 이스트우드 ALDI가 들어 있는 건물 안을 꽤 오랜 시간 동안 휘젓고(?) 다녔습니다. 요즘은 녀석이 걷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를 마구 가려 하는데다 힘도 많이 세졌습니다. 때문에 데이케어에서 녀석을 데려올 때도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조심을 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건물 내부를 두어 바퀴 돈 녀석이 저를 이끌고는 한국식품점 안으로 쑥 들어갑니다. 평소 지 엄마 아빠랑 자주 왔던 때문인지 단박에 과자 코너로 간 녀석은 또조! 또조!”를 외칩니다.

 

지 엄마 아빠를 닮아 욕심이 없는 탓인지 마음에 드는 과자 하나를 집어 들고는 돌아섭니다. 내친김에 녀석이 잘 먹는 과자 몇 개를 더 챙겨 들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녀석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계속 뭐라 재잘재잘댑니다.

 

에이든은 놀랍게도 에스컬레이터도 제법 잘 타고 잘 내립니다.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녀석의 손을 꼭 잡고 있긴 하지만….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녀석이 이번에는 ALDI 안으로 돌진을 합니다.

 

들어간 김에 녀석이 좋아하는 블루베리가 있나 살펴봤지만 눈에 띄지를 않습니다. 대신 맛있게 익은 바나나 한 송이를 집어 들고 씩씩하게 계산대를 통과했습니다.

 

25개월 전 2.1Kg의 작은 몸집으로 태어났던 녀석이 어느새 기운 센 청년이(?) 됐습니다. 녀석을 안고 있다가도 내리겠다고 발버둥을 치면이젠 제법 버겁습니다.

 

안요! 안요!”를 외치며 안 가겠다고 버티면 이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어찌어찌 카시트에 앉혀놔도 녀석이 있는 힘껏 뻗치기에(?) 들어가면 안전벨트를 채우는데 만도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닙니다.

 

본의 아니게 코리아타운에서 요즘 13, 아니 14역을 해내는 능력 있는지 엄마 때문에 에이든이 우리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낮잠도 안 자고 하루 종일을 우리 집에서 놀았지만 퇴근하고 온 지 엄마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녀석은 기를 쓰며 거부했습니다. 결국 녀석은 그날도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제가 비정상인 건지는 몰라도 그렇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지로(?) 가는 녀석을 보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저 놈도 언젠가는 날 배신(?)할 거야. 그치?” 저는 가끔 아내와 이렇게 얘기하며 웃곤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못 알아듣겠지만 녀석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에이든, 나는 나중에 네 동생이 태어나도 에이든 너를 제일 많이 좋아할 거다. 너도 이 할배랑 계속 친하게 지내자.”

 

녀석도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제가 하이파이브를 청하면 예의 그 살인미소와 함께 저와 손바닥을 힘차게 마주쳐 줍니다.

 

에이, 두고 보세요. 둘째가 태어나면 둘째가 더 예쁘고 셋째, 넷째가 더 예쁜 법이에요. 그리고 이제 친손자가 태어나 보세요. 달라질 걸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지만 첫 정 에이든은 저의 영원한 넘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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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