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에겐… 파랑새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끔씩은 실소도
나고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저런 발언, 저런 행동들을 할까 싶어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합니다.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선후보 토론회 중에는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KBS 2TV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찌질이 같기도 하고
초등학생 같기도 하고 속된 말로 무대뽀, 또라이 같은 사람도 있고…. 이제 대통령 선거까지는 단 4일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비록 투표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그
동안 지칠 대로 지치고 찢겨질 대로 찢겨진 국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그 자리에 얼른 새 살이 돋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이 새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워낙 삐딱한(?) 성격을 가진
탓에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생각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이고 조금이라도 더 양심적이며 조금이라도 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평소에는 가보지도 않던 양로원이나 고아원, 장애인시설을 찾고 생전 입에도 대지 않던 재래시장 국밥을 먹으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는
모습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껄끄럽게 다가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은 왜들 그렇게
껴안아 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의 어쩔 수 없는 모습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 같은
행동 속에 소외된 사람들, 약한 사람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진실함이 들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현재까지는 그런 마음이
부족하더라도 대통령이 돼서라도 그런 마음들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국민들을 더 이상 슬프게 만들지 않는 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민사회에도 곧 선거가 있습니다.
6월 17일에 실시되는 제31대 시드니한인회장
선거가 그것입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는 이래저래 그 모양이나 규모가 다르겠지만 ‘교민들을 위한, 교민들과 함께 하는 시드니한인회’라는 명제는 여전한 숙제로 존재합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나 시드니한인회장이 되려는 사람이나 가끔은 ‘무엇 때문에 기를 쓰고 저렇게 어려운 자리에 오르려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국민들을 위해서’ 또는 ‘교민들을 위해서’라는
게 그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답변입니다. 혹시라도 말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는 스스로를
위해 혹은 가문의 영광쯤을 위해 그러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 또한 가져봅니다. 모쪼록 이번에야말로 교민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는, 그래서 교민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시드니한인회를 이끌 수 있는 좋은 분이 회장 자리에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5월은 여러 가지로 밝고 따뜻하고 즐거워야 하는 달임에도 우리 교민사회에는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날씨마저 쌀쌀하고 자주 찌푸렸다가 뜬금 없이 비를
쏟아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파랑새’는 존재합니다. 특히 제 곁에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아내, 코리아타운 사람들과 함께 똘똘 뭉쳐 두루두루 큰 힘이 돼주는 딸아이, 영원한
저의 마약(?) 에이든… 파랑새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 한국여행
중임에도 뜬금없는 저의 부탁을 받고 기꺼이 제 손을 잡아준 시드니 절친부부가 저에게는 또 하나의 파랑새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