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행복 vs. 진짜 행복 별 다섯 개짜리 특급호텔 스카이라운지에 자리하고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 세상에서 가장 비싼 명품들로 도배를(?) 해놓은 듯한 실내에는 8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포크와 나이프 소리, 그리고
나지막한 이야기 소리와 웃음 소리… 황정표 사장 일가의 저녁식사 자리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행복한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황 사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그 자리의 3남 2녀는 저마다의 동상이몽을 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며느리나 사위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황 사장으로부터 더 많은 걸 챙겨갈 수
있을까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습니다. 그러한 속내를 모를 리 없는 황 사장은 왠지 손자손녀들까지도 제 엄마 아빠의
탐욕스러움을 빼 닮은 듯싶어 영 속이 편치가 않습니다. 황 사장은 결국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소화제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났답니다. 그리고는
몇 시간 동안 음식 만들기에 공을 들인 겁니다. 어떠한 경우든 주일 미사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그녀였지만
그날만큼은 남편 혼자서만 성당에 가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차려진 정성이 가득한 음식 앞에 일곱 가족
열일곱 명이 모여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야기 소리와 웃음 소리 그리고 맛있는 소리와 행복이
넘쳐나는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낮,
평소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집에서 가졌던 ‘기분 좋은 시간’ 이야기입니다. 그날은 그의 예순 번째 생일이었고 그들의 표현대로
‘좋은 사람들’ 몇 가족이 그 집에 모여 조촐한 생일파티를
갖게 된 겁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오빠의 60번째 생일을 맞아’ 무려 21년만에 파마라는 걸 했답니다. 뽀글뽀글 귀여운 모습을 하고 시종일관
‘오빠’ 곁에서 애교를(?)
떠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우리 집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으면 하는데 오실 수 있죠?” 지난주 금요일 오후, 문득
걸려온 전화기 너머 그녀의 목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사람들 몇 가족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는 거다’라고 했지만 계속되는 추궁에(?) ‘오빠의 60번째 생일인데 서프라이즈로 준비하고 있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나이 60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오빠’라니… 참 닭살 돋는 멘트이긴 하지만 결코 밉지 않은 모습입니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의 무뚝뚝함을 지닌 그도 그녀의 ‘오빠’라는
표현 앞에서는 싫지는 않은지 소리 없는 미소를 짓곤 합니다. 남들처럼 큰 부자는 아니지만 내 집도 지니고 있고
예쁜 딸들도 셋이나 있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 충분히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아빠의 환갑선물(?)인 듯 올 연말에 결혼날짜를 잡은 큰딸의 남자친구까지 함께 한 그 자리는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리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착한
마음씨만큼이나 사람 좋은 그녀는 여러 가지 음식들을 골고루 담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들려줬습니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는 멀티비타민 한 병씩까지 얹어서…. 그날의 음식은 특급호텔 최고급 레스토랑의 그것보다
훨씬 더 훌륭했고 우리가 느낀 행복지수도 세상 그 어느 것 못지 않게 높았으며 그런 자리에 우리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고마움이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의 행복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가꿔지는 모양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