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내 나이가 어때서… #8802022-07-23 22:27

내 나이가 어때서

 

돌아 올라오는 길올해 일흔 다섯의 이강수 형제를 필두로 일흔 둘의 남정익 형제, 그리고 예순 여덟의 동갑내기 정부열, 임일규, 박중신 형제 등 다섯 분이 맨 앞에서 걷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선두그룹에 슬며시(?) 끼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조금만 주춤하면 금세 간격이 확 벌어지곤 합니다. 마음 먹고 그분들과 보폭을 맞추려다 헉헉거린 적도 꽤 여러 번입니다. 그 분들에 비하면 적게는 7, 많게는 14년이나 어린 제가 그야말로 쨉이 안 되는 겁니다.

 

“75세가 넘으면 국내든 해외든 여행 다니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

그럼, 그 나이 되면 아무래도 어렵지. 지금 우리 나이가 여행 다니기에 딱 좋은 나이야. 상황 되는 대로 여기저기 부지런히 다니자구.”

 

아니, 지금 뭐라고들 하셨어? 나 들으라는 얘기야? 75세가 넘으면 여행 다니기가 쉽지 않다? 그럼, 나는 이제 여행 그만 다녀야겠네? 아니, 아예 집에 푹 쳐 박혀 지내야겠네?”

 

앞서 걷던 이강수 형제가 발끈(?)합니다. 그 분은 얼마 전에도 부부동반으로 말레이시아며 중국이며 한국으로 4주 넘게 여행을 다녀온 강철체력의 소유자인 데다가 지난해 울루루 등반에서도 시드니산사랑 멤버들 중 유일하게 정상을 찍고 내려왔습니다.

 

아이구, 형님. 제 말씀은 그런 게 아니고…”

아니, 됐어. 됐어. 나는 다음 주부터는 산행도 안 나올 게.”

“……”

아니, 부열 아우님, 웃자고 한 소리에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일제히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사실 그 분도 이전에 비슷한 경험이 한 번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예순 다섯일 땐가 한국 정치 얘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어. ‘하여튼 70 넘은 사람들은 전부 다 죽어야 돼. 그래야만 나라 꼴이 제대로 돌아갈 것 같아라고…. 그랬더니 곁에 있던 선배 한 분이 아주 노발대발을 하시더라구.”

 

예끼, 이 사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그럼,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야겠네? 아니, 지금이라도 얼른 죽어야겠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던 겁니다.

 

그날 산행 길에서 그 분들의 이야기는 지금 나이에 이렇게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건 참 고마운 축복이다. 더 열심히 걷고 운동해서 본인들은 물론, 자식들이나 주변에도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건강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연말 휴가기간 동안에는 여행이며 파티며 각종 행사들로 토요산행에 빠지는 멤버들이 꽤 많았는데 2월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멤버들이 복귀했고 분위기도 훨씬 더 활기차졌습니다.

 

유난히 짙게 올라오는 흙 냄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나무 냄새며 숲 냄새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즐겨 듣던 쓰르라미 소리와는 달라도 다양한 종류의 매미 노랫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줍니다.

 

산행 반환점에서 함께 하는 향 짙은 커피 한잔과 맛깔스런 간식들 그리고 정겨운 대화들은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돌아 올라오는 길악명 높은 깔딱고개를 시작으로 몇 차례 헉헉대는 코스를 만나지만 숨이 턱에 닿을 정도가 되면 슬그머니 평지 혹은 내리막길이 나타나줍니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 길에도 견딜만한 어려움만 주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잊은 채매주 건강한 산행을 하는 좋은 분들과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것 그리고 얻는 것이 많은 토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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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