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가족 사기단? #8792022-07-23 22:26

가족 사기단?!

 

지난주 코리아타운에 제 엄마와 할머니를 거짓말쟁이라고 싸잡아 비난한(?) 탓인지 녀석이 제 앞에서 조그마한 소리로 외쳤습니다. “하이빠!” 어찌 들으면 하이빠이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하이빠입인 듯도 싶었습니다.

 

거봐! 거봐! 거봐! 맞지? 맞지? 맞지?” 딸아이는 녀석의 입에서 하이파이브 비슷한 소리가 나오자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아내도 곁에서 거 보란 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이 뭐, 대충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 딸아이는 한술 더 떠 녀석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덮으며 소리를 정확히 냈다고까지 뻥을(?) 쳤습니다.

 

지난 주말, 제 생일파티를 하느라 우리가족 여섯 명이 모두 우리 집에 모였습니다. 고기를 구우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놀이공간 펜스 안을 뛰어다니던 에이든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하이빠입!”

 

녀석은 기분이 좋거나 자신이 원하는 걸 얻고 나면 기쁨에 넘쳐 하이파이브를 외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자주는 아니고 하루에 기껏 한 두 번 정도랍니다.

 

! 아빠도 들었지? 이든이 하이화이브 하는 거.” 딸아이가 또 신이 났습니다. “아니. 난 못 들었는데?” 마침 딸아이 신랑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저는 짐짓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뗐습니다.

 

엄마도 들었지? 지금까지 이든이가 이렇게 큰소리로 하이파이브를 외친 적이 없었어. 이든이가 할아버지 생일이라고 큰소리로 축하해준 거라구!” 아내가 거들고 나섭니다. “, 나도 깜짝 놀랐어. 엄청 큰소리로 또렷하게 해서.” 딸아이 신랑까지 합세합니다. “아버님, 저도 확실히 들었습니다.”

 

이런, 이제는 거짓말쟁이를 넘어서 가족 사기단이 됐네. , , 시끄럽고 한잔 하자구!” 하지만 속으로는 웃음을 꾹 참았습니다. 얘기 도중에 기습적으로(?) 들려온 하이파이브였지만 이번에는 제 귀에도 우렁차고 또렷하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제 엄마 주장대로 윗니로 아랫입술을 덮으며 정교한 발음을 내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녀석의 작고 앙증맞은 입에서 하이빠입!” 소리가 정확히 났습니다. 그 고사리 같은 손을 번쩍 치켜들면서….

 

더 놀라운 것은 하루에 기껏해야 한 두 번 한다는 그 귀한 하이파이브 소리를 그날은 정확히 열한 번이나 들려줬습니다. 그야말로 제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였나 봅니다.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집에 가려고 일어서는 아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녀석을 안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저를 보며 싱긋 웃더니 오른손을 들고 하이빠입!” 하는 겁니다. 완벽한 피니시 블로, 결정타였습니다. “우리 에이든이 오늘 할아버지 생일 확실히 축하해주네!” 모두들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안 가겠다고 안요! 안요!”를 외치며 버티는 녀석을 그날도 조금은 억지로 카시트에 앉혔습니다. 예외 없이 녀석이 칭얼칭얼 떼를 쓰기 시작했고 우리는 얼른 아내를 녀석의 옆자리에 앉혔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이모 같은 할머니가 옆자리에 앉자 녀석은 이내 웃는 얼굴이 됐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와 손을 붙들고 얘기를(?) 하는 동안 카시트 벨트가 채워졌고 녀석은 빠이빠이를 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끔씩은 집에 가기 싫다며 대성통곡을 하는 녀석 때문에 개발한 방법이 카시트에 앉히는 동안 아내를 옆자리에 있도록 하는 겁니다. 유난히 우리를, 특히 아내를 좋아하는 에이든 때문에 우리는 늘 웃음꽃 속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딸아이의 , 내가 네 엄마야!” 하는 조금은 볼멘소리가(?) 더 정겹게 들리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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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