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같아도 즐거워야
하는 이유 서른 세 살의 어린(?) 나이에
편집데스크 발령을 받은 저는 “싫다. 안 한다. 못 한다”며 한달 넘게 회사와 싸웠습니다. 주변에서는 ‘월급도 오르고 명예도 생기는 자리인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습니다. 저는 사람들도 만나고 자료도 수집하며 현장을 뛰는 기자 일을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편집데스크는 나중에 경력도 더 쌓이고 나이도 좀 든 다음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니, 좀더 솔직이 얘기하면 저는 나이가 들어서도 아무런 타이틀도
안 붙는 그냥 ‘기자’로 남는 게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사권은 회사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저는 ‘원치 않는’ 편집데스크 자리를 떠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의 제 생활은 두 배, 세 배 혹은 그 이상으로 바빠졌습니다. 낮에는 그 동안 해오던 대로 기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저녁시간에는 데스크
업무에 충실했습니다. 그런다고 회사가 월급을 두 배로 주는 것도 아닌데 제 스스로를 위해 그 같은 길을
택했던 겁니다. 그때만 해도 깡마른 체구에 애(?)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터라 편집데스크 자격으로 외부 공식석상에 나갈 때는 나이가 좀 들어 보이기 위해 일부러 노티(?)
나는 옷도 입고 금테안경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4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정말이지 눈깜짝할 새에 시간이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머리털도
빠지고 안경도수도 높아지고 배도 슬슬 나오면서…. 뭐니뭐니 해도 쏜 살 같은 시간의 흐름은 호주에 와서부터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이곳의 생활이 일주일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주 한 주가 정말 정신 없이 지나갑니다. 목요일 저녁 여섯 시 반이면 코리아타운 마감을 끝내고 한 주를 정리하며
기분 좋은 술잔을 기울이는 게 저의 일상입니다. 모두들 쉬는 금요일…
저는 혼자 회사에 나가 이런저런 정리들을 하며 코리아타운이 제대로 잘 나왔는지를 체크하고 다른 신문 잡지들에 대한 분석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주말에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토요 산행으로 시작해 할 것도 많고 갈 곳도 많은 상태로 일면
주중보다 더 바쁜 시간을 갖습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고 시간은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목요일을 향해 치닫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지금도 거의 매일을 밤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곤 합니다. ‘일을 좀 줄여야지 줄여야지’ 하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 월요일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목요일이 돼 있는 반복되는 생활이 지겹지 않으려면 일 자체가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코리아타운 사람들에게 ‘어떠한 경우든 즐겁게 일할 것’을
당부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제 몫입니다. 올 한해도 참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 2016년
새해 첫날 저는 세 가지 약속 즉, 아내를 향한 약속, 코리아타운
사람들을 위한 약속 그리고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 광고주 여러분과의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아쉬움이 조금씩 남긴 하지만 이 세 가지
약속 모두를 지켜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함께 애써준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그분들, 아니
그 사람들로 인한 혼돈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도 엉망이고 호주경제까지 안 좋은 상태이기에
이곳에 사는 우리의 혼돈 또한 적지 않습니다. 못된 사람들은 얼른얼른 정리되고 반칙을 일삼으며 ‘역주행’을 계속하는 나쁜 사람들도 새해에는 정신을 좀 차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도 코리아타운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신 애독자 여러분, 광고주
여러분께도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많이 많이 생기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