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던
제 입에서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지만 앙상했던 나무에 어느새
파릇한 잎사귀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뒷마당에 나갔습니다. 그
동안은 아침 바람이 차서 자주 못 나갔는데, 그날은 바람도 잠잠했고 햇볕도 아주 따뜻했습니다. 아내가 만들어 놓은 두 개의
분수가 예쁜 꽃들 사이에서 경쾌한 물소리를 내고 있었고 싱그러운 풀 냄새도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잔디밭 한 켠 긴 의자에 기대
앉아 막 커피 한 모금을 마시려는데 앵무새 두 마리가 즐겁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초록, 빨강, 노랑, 파랑, 보라 등 온갖 예쁜 색들은 다 갖고 있는 녀석들이었습니다. 그 녀석들의 노래 소리에 이끌려
나무를 쳐다봤다가 ‘계절의 변화, 시간의 흐름’에 그만 깜짝 놀랐던 겁니다. 호주에 와서 느끼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시간의 쏜 살 같음’입니다. 생활 자체가 일주일 단위로 이뤄지고 있어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늘
일주일 속에 월요일만 있고 그 다음에는 곧장 목요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코리아 타운>이 주 4일 근무를 실시하고 있어 그런 탓도 있겠지만, 제 성격상 ‘사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그런 듯싶습니다. 대충 넘어가도 될 일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고,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 곳도 저는 직접 달려가곤 합니다. 때문에 회사 안에서도 늘 편안하게
커피 한 잔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지 못합니다. 옆에 커피잔을 놓고도 손은 늘 마우스와 키보드에 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따뜻했던 커피는 어느새 냉커피(?)로
변해 있곤 합니다. 외출을 하게 돼도 한꺼번에
예닐곱 개 이상의 약속을 만들어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니 늘 쫓기게 마련입니다. 지난 주 오후, 약속 하나가 미뤄지는 바람에 스트라스필드 광장에 앉아 있었던 모처럼의 10분이
저에게는 참으로 신선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녁 늦게 회사에 돌아와서는
또 다시 오전처럼 바쁜 시간을 갖습니다. 회사에서의 그것도 모자라 일거리를 싸 들고 집으로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엔 정말 오랜만에
아내와 딸아이와 아들녀석과 함께 ‘뒷마당 봄나들이’를 했습니다. 삼겹살, 소시지, 조개, 새우, 버섯 등으로 맛 있는 바비큐 파티를 가졌습니다. 겨우내 웅크려 있었던 골든리트리버
강아지(?)는 딸아이의 손에 의해 말끔한 모습으로 바뀌었고, 전
주에 잔디를 깎아 깔끔한 모습으로 변해 있는 뒷마당 여기저기를 아메리칸숏헤어 고양이는 뭔가를 잡으려는 듯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바비큐를 마친 후 저는 수영장
청소와 뒷마당에 있는 꽃이며 나무 그리고 텃밭에 있는 채소들에 물 주는 일을 했습니다. 모처럼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 그 속에서 올라오는 흙 냄새에서 작은 행복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8년 전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이민생활, 일주일 앞만 바라봐도 깜깜하기만
했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극복해온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의 시간들도 작은 것 하나하나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며 열심히 최선을 다할 때 우리의 행복은 그 크기를
점점 더해 갈 것이라 믿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